화교(華僑) 신분으로 90년 한국인 남편 유강선(柳康善·39·컴퓨터회사 직원)씨와 결혼한 뒤 각각 홀로된 두 어머니를 동시에 모시게 된 것이다.
시어머니는 79세로 5년전부터 치매증세를 보이고 있고 84세인 친정어머니는 노환으로 눈과 다리가 불편해 거동을 제대로 못한다.
더욱이 친정어머니는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데다 한국음식도 입에 대지 않아 끼니때마다 한식과 중식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두 사람의 대화도 하씨가 맡는다. 한 아파트에 살면서 하루에도 수 차례씩 두 나라의 문화를 넘나드는 것.
방 세칸 가운데 두 어머니가 한 개씩 차지했고 나머지 한 칸은 하씨 부부 몫.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예림(12),아들 지훈군(9)은 거실에서 생활하지만 불평이 없다.
“불편하고 힘들지 않냐고 주위에서 물어보지만 한꺼번에 모시니 마음이 훨씬 편해요.”
처음엔 두 어머니가 어색했으나 요즘에는 서로 눈으로 대화가 통한다는 것.
한때 유명 탤런트의 매니저역할을 하기도 했던 하씨는 “고생한다며 감싸주는 남편과 두 할머니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하씨의 사연은 최근 이 지역출신인 한 기초의원이 대전시 인터넷홈페이지에 글을 올리면서 잔잔한 감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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