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씨 돈줄 의혹 눈덩이

  • 입력 2002년 4월 19일 18시 26분


의혹의 로스앤젤레스 고급주택
의혹의 로스앤젤레스 고급주택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미국에서 유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생활비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홍걸씨 측은 포모나대학 태평양연구소 연구원으로 받은 급여와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친지들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하나, 한나라당은 특별한 다른 돈줄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부동산 임대사업설〓로스앤젤레스 한인 사회에는 홍걸씨 부인 명의(미셀 김)의 부동산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중심가 빌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교포 사업가의 보유 빌딩에 홍걸씨 부인이 지분 참여를 했다고 한다”거나 “로스앤젤레스 내에 홍걸씨 부인 명의의 빌딩이 2채 있다더라”는 식이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19일 “최근 로스앤젤레스 금융권에 있는 한 인사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찾아와 홍걸씨 부인과 관련된 소문을 전해 사실 여부 확인을 부탁했다. 미국은 실명제 사회여서 빌딩의 등기 내용을 알아보면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아직 소문에 불과하다.

청와대 측도 이에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터무니없는 얘기다”고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말이라고 하면 다 말이 되느냐. 가정주부인 홍걸씨 부인까지 끌어들이면 다음엔 홍걸씨 자식까지 물고늘어질 셈이냐”고 발끈했다.

▽재미 사업가 C씨 관련설〓C씨가 홍걸씨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는 한나라당 주변에서 2, 3년 전부터 나왔다. 무기중개업을 하고 있는 C씨가 현정권 들어 각종 특혜 소지가 있는 사업에 관여한 것도 홍걸씨의 뒤를 봐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홍걸씨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도 사석에서 “홍걸씨 뒤에 C씨가 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2000년 언젠가는 “홍걸씨와의 소송에서 홍걸씨의 법정 강제 증언을 신청하니까 C씨 측이 소송 취하 협상을 제의하더라”고 말했고, 최근에는 한 동료 정치인에게 “작년 5월 홍걸씨가 민사소송 합의금 명목으로 지급한 10만달러도 C씨의 돈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이 전 의원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되지 않았느냐”며 무시했다. 한 관계자는 “C씨는 김 대통령의 일산 집을 산 사람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최규선씨와의 거래〓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씨는 홍걸씨에게 9억원을 줬다고 말한 적이 있다. 최씨의 운전사 천호영(千浩榮)씨도 “최씨가 홍걸씨 등을 배경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대가를 받았다”고 말해 최씨와 홍걸씨 사이에 또 다른 금품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최씨가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 수만주를 싼값에 매입해 홍걸씨 등에게 차명 분배했다는 얘기도 있다. 홍걸씨의 동서(C토건 대표)는 회사 직원 등의 명의로 TPI주식 1만3000주를 보유하고 있어 “홍걸씨 동서가 홍걸씨의 대리인 역할을 하며 수시로 최씨의 돈과 TPI주식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나돈다.

나도는 소문들을 종합하면 최씨가 홍걸씨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각종 이권 청탁에 개입하고, 그 대가로 받은 이득 가운데 일부를 홍걸씨 측에 전달하는 ‘돈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걸씨는 한달에 한번 꼴로 귀국해 최씨와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홍걸씨가 최씨의 이권청탁 현장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는 아직 이런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 홍걸씨 측도 이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최씨와 홍걸씨 관계는 아직 의혹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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