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9일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를 소환했다. 수사 마지막 단계에서 송씨를 소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수사 중간에 소환을 결정한 배경은 검찰이 수사에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브리핑을 통해 “송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송씨의 혐의를 밝혀 형사처벌할 것을 전제로 소환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송씨는 2일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씨의 비서였던 천호영(千浩榮)씨를 상대로 “내가 고위층 친인척 등에 로비를 했다는 허위 사실을 담은 글을 공개했다”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검찰이 송씨의 비리 혐의에 대한 상당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송씨를 소환한 것은 최씨에게서 송씨의 혐의를 뒷받침할 진술이 적지 않게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송씨의 혐의 중 핵심은 복표사업자로 선정된 대가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김홍걸(金弘傑)씨와 최씨,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TPI 주식을 싸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 전 부시장은 송씨에게 최씨를 소개했으며 최씨의 검찰 소환을 앞둔 대책회의에도 참여했던 사건의 핵심 관련자. 그는 18일 밤늦게 한 지인을 통해 “내가 송씨에게 최씨를 소개한 시점은 2000년 말인데 송씨가 최씨에게 처음 만난 때를 4월로 하자고 제의했다”며 최씨의 이권개입 의혹에 관한 중요한 ‘고백’을 했다.
송씨와 최씨는 두 사람이 지난해 4월 처음 만났기 때문에 지난해 2월 최종 결정된 복표 사업자 선정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김 전 부시장의 주장은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씨 측은 19일 “김 전 부시장이 송씨와 최씨가 만난 시기를 지난해 4월로 하자고 제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체가 누구이든 송씨와 최씨가 만난 시점을 조작한 것은 분명해졌으며 이에 따라 최씨의 개입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