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규모〓우선 94년 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택지(74.9평)의 매입자금에 1억2200만원이 들었다. 청와대 측은 홍걸씨가 미국 유학길에 앞서 94년 서울의 아파트 전세자금으로 지불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에서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사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95년 로스앤젤레스 토렌스의 주택 매입에는 34만5000달러가 소요됐다. 25만8750달러의 융자금을 뺀 8만6250달러는 현금으로 지불했다. 2000년 6월 로스앤젤레스 팔로스 버디스의 고급주택 매입에 다시 97만5000달러가 들었다. 로스앤젤레스 월드 세이빙 은행에서 60만달러를 융자받았으나 37만5000달러는 일시불로 냈다.
홍걸씨는 일시불에 대해 “토렌스 집이 안 팔려 친지에게 돈을 빌려 융자금과 합쳐 팔로스버디스의 집을 매입했고, 그 뒤 토렌스 집이 47만1000달러에 팔려 친지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토렌스 집의 융자금(25만8000달러)과 매매수수료(2만8000달러) 세금 등을 빼고 나면 가용자금은 17만달러에 불과해 상환액수에 턱없이 모자란다.
한나라당은 이 17만달러조차 차용금 상환이 아닌 개인 생활자금으로 수차례 나뉘어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홍걸씨는 또 2001년 5, 6월에는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과의 합의금으로 11만달러를 지출했다.
이 밖에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이 2월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개한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 금융거래 계좌(001-202529)에 따르면 홍걸씨는 지난해 3월13일부터 3개월반 동안 23만3986달러(약 3억418만원)를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
▽수입 규모〓청와대 측은 홍걸씨가 일산 마두동 택지를 지난해 5월31일 1억9000만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홍걸씨가 이 전 의원과의 소송취하 조건으로 56만달러를 주기로 합의하면서 “로스앤젤레스 집과 일산 땅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고, 이 전 의원에게 합의금 11만달러를 준 시점이 지난해 5, 6월이라는 점에서 일산 땅 매각대금이 합의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홍걸씨는 팔로스 버디스 주택 매입자금 중 일시불로 지불한 40만달러 등의 조달처에 관해 “지인으로부터 빌린 것”이라고만 해명하고 있어 지인의 신원과 반대급부 여부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측은 홍걸씨가 모 대학 객원연구원으로 급여를 받고 있어 생활비나 대출금 마련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석사학위 소지자인 김씨가 몸 담은 대학연구소는 홍걸씨에게 거액의 급여를 지급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LA교민 “세금 한푼 안내며 호화생활하다니…”▼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민사회에서 김홍걸(金弘傑)씨의 호화주택 논란은 이미 새로운 뉴스가 아니었다. 교민 라디오 방송과 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연일 홍걸씨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었다.
○…18일 오후(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30여분 걸리는 팔로스 버디스의 홍걸씨 집을 찾아 초인종을 눌렀지만 젊은 한국여자가 “아무도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홍걸씨의 부인인 듯 했다.
주택의 진입로 입구는 하얀색 철문으로 닫혀 있고 초인종 옆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외부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인근의 다른 주택들은 산을 깎아 만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나란히 배치돼 있으나, 홍걸씨 집은 진입로 입구에서 20여m 떨어진 안쪽에 위치해 있어 밖에서는 주택의 전경을 보기가 힘들었다. 한 재미교포는 “홍걸씨의 집은 도시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명당’이어서 다른 주택에 비해 구입 비용이 더 비쌀 것”이라고 귀띔했다.
○…팔로스 버디스는 로스앤젤레스의 남쪽에 있는 대표적인 부촌(富村)으로 구불구불한 포장도로를 따라 수백평 규모의 호화주택들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교민들에 따르면 백인 상류층이 주로 거주하는 이 지역은 타 인종에 대한 편견이 심해 몇몇 한국사람이 들어가 살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 전례도 있다는 것. 홍걸씨도 이웃 주민들과 교류가 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홍걸씨가 한국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웃에 사는 한 중국계 미국인은 “김씨를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12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교포 김모씨(48)는 “대통령 아들이라도 일정한 수입이 없는 30대 후반의 젊은이가 100만달러짜리 저택을 구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8년째 택시운전을 하는 교포 이모씨(38)는 “교민사회에서 대통령 아들들의 호화생활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세금 한 푼 안 내는 홍걸씨가 호화롭게 산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