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개업 붐 병원 인력난 허덕…작년 전문의 30% 퇴직

  • 입력 2002년 4월 19일 18시 49분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중소병원에 근무하던 전문의의 34%가 이직했으며 대형병원 근무 의사도 평균 이직률이 31.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이직 의사는 70% 이상이 개업을 하기 위해 병원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소병원의 경우 의사 충원율이 12%에 불과해 진료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9일 대한병원협회(회장 나석찬·羅錫燦)가 400병상 미만의 전국 144개 병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의사 이직 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성형외과 의사는 이 과가 개설되어 있는 병원을 기준으로 전체 정원 21명 가운데 13명이 퇴직해 이직률이 61.9%나 됐다.

소아과는 정원 106명 가운데 50명(47.2%)이 이직했으며 신경외과는 107명 가운데 40명(37.4%)이 떠났다.

이들 퇴직전문의 가운데 70.2%는 개인 의원을 열기 위해 병원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병원에서 경험을 쌓고 개업하는 것은 예전과 다름이 없는 것이지만 의약분업 후 이직률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개인 의원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반면 중소병원은 약품리베이트 등이 없어진 점도 작용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특히 성형외과 전문의의 이직률이 높은 것은 개업을 할 경우 보험 적용을 받지 않은 수술이나 치료가 많아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개업 붐에 따른 전문의 이직 현상은 1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도 비슷해 평균 이직률이 31.6%에 달했고 이들 역시 76.3%가 개원을 하기 위해 병원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개업을 위한 전문의 이직현상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더욱 심해져 중소병원 관계자들은 “의사 임금을 50% 인상해도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지방병원의 경우는 도시지역보다 인력난이 더욱 심해 숙식까지 제공하는 조건으로 의사를 구하고 있다. 전남지역의 한 병원은 일반의 가정의 외과전문의를 구하면서 ‘50∼60대 환영, 여의사도 환영, 숙식제공’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의사의 충원이 이처럼 어려워 지난해 중소병원에서 전문의 퇴직으로 공석이 된 자리 가운데 88.1%가 2001년 말 현재 비어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자금난으로 지난해 전국의 100병상 미만 중소병원 421개 가운데 15.6%인 63개 병원이 문을 닫았다. 특히 광주는 문 닫은 병원이 25.6%로 가장 높았으며 충북은 18.5%, 전북은 15.7%를 각각 기록했다.

병원협회는 중소병원의 경영난과 관련해 “입원환자에 대한 조제료가 하루 260원으로 되어 있어 약국조제료(외래환자 1일 2920원)의 9% 수준에 불과하고 일반 병실료의 하루 수가가 1만8200원으로 원가 5만2973원의 34.4% 밖에 안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19일 “불합리한 수가체계를 조정하는 등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5월 2일 병원협회 정기총회 때 전국병원인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외래환자를 더 이상 받지 않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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