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총경 ‘신출귀몰’]홍콩→印尼→싱가포르→홍콩→日→뉴욕?

  • 입력 2002년 4월 19일 23시 13분


‘최규선(崔圭先) 게이트’에 연루돼 도피한 경찰청 특수수사과 최성규(崔成奎·52) 전 과장의 홍길동 같은 도주 행각에 경찰 전문가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최 전 과장은 범인 도주와 검거에 관한 한 경찰 최고의 ‘전문가’답게 19일 인도네시아로 떠난 국회의원 체포조와 경찰수사대를 조롱이나 하듯 아시아 여러 도시들을 경유해 미국 뉴욕으로 옮겨갔다.

▼‘전문가’ 답게 추적 따돌려▼

최 총경은 13일 새벽 서울 강남의 모 호텔에서 최규선씨와의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경찰청 사무실로 나와 신변정리를 마친 뒤 14일 오전 10시반 비행기로 사위 정모씨(31)와 함께 홍콩으로 떠났다.

그는 경찰청이 홍콩 주재관을 통해 소재 파악에 나서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콩 도피행을 보도할 당시 이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최 전 과장이 인도네시아로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은 최규선씨와 함께 미래도시환경㈜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 머물고 있는 이모씨의 도움을 받아 인도네시아에 장기 체류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외사3과장을 단장으로 한 수사관 4명을 인도네시아로 급파했으며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지낸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 등이 ‘최성규 총경 해외도피 사건 현지 조사 및 송환 추진단’을 만들어 인도네시아로 떠났다.

그러나 최 전 과장은 이를 비웃듯 18일 오전 7시 비행기로 이미 싱가포르를 경유해 홍콩에 들어온 상태였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급히 싱가포르를 경유해 홍콩으로 떠난 19일 오전에는 이미 일본 도쿄(東京) 경유 뉴욕행 UA800편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최 전 과장이 자카르타에서 머문 사흘간 무엇을 했는지, 왜 자카르타에서 뉴욕으로 떠났는지는 현재로서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경찰은 그가 미래도시환경 공동대표인 이씨와 만났지만 일이 원만하게 처리되지 않았거나 국회의원 체포단과 경찰 수사대 파견 소식을 접하고 몸을 피했을 가능성과 원래의 종착지가 뉴욕이었지만 추적에 혼선을 주기 위해 여러 나라를 옮겨다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홍걸씨와 접촉계획” 의혹도▼

그가 뉴욕으로 옮겨간 것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미국이 도피하기가 용이하다는 것과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를 만나 말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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