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납품권 독점 논란

  • 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03분


서울대병원이 소속 의사와 직원이 출자한 전자상거래 업체에 의료용품 납품권을 독점적으로 위탁해 납품업체들이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23일 의료용품 납품업체 모임인 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병원에 필요한 의료용품을 전자상거래 벤처기업인 ㈜이지호스피탈을 통해 조달하기로 지난해 수의계약을 했으며 실제 올해부터 이 회사를 통해 구매업무를 하고 있다.

이지호스피탈은 총자본금 45억6600만원 가운데 75.7%인 34억5500만원을 서울대병원 엔젤투자조합, 서울대병원(기관),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서울대병원 관계자가 출자한 회사. 이 회사는 서울대병원 모 교수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고 이사회 임원 9명 중 5명을 서울대병원 부원장, 기획조정실장, 행정처장 등이 맡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서울대병원에 의료용품을 납품하려면 반드시 이지호스피탈을 통해야 하기 때문에 이 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물품공급 금액의 2.4∼2.9%를 수수료로 강제 징수하고 있다”며 밝혔다.

납품업체들은 또 “서울대병원은 의료용품을 공급받으면서 이 회사에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거래대금의 0.6%(국내산) 또는 0.8%(외국산)를 지불하고 있어 연간 납품규모가 30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연간 최소 18억원이 병원으로부터 이 회사로 새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납품업체들은 “이지호스피탈이 회원으로 가입한 업체하고만 구매계약을 하고 있어 과거 구입가보다 10∼30% 인상된 가격으로 병원에 물품을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납품업체들은 지난달 서울대병원 측에 이 같은 조치가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항의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서울대병원의 조치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닌지 질의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3월 26일자 회신을 통해 “특정병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고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특정납품업체하고만 거래하도록 강제하여 경쟁을 저해한다면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구매비용의 절감과 구매업무의 공정,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상거래업체인 이지호스피탈과 구매업무 위탁계약을 했다”고 밝히면서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구매파트를 아웃소싱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구매업무를 위탁받은 회사가 납품업체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문제는 거래 계약당사자간 문제로 서울대병원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구매파트를 아웃소싱하면서 병원 내에 구매관련 부서를 그대로 남겨두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현재는 노조 때문에 구매과 직원 10명이 예전대로 남아 있지만 향후 구매조직을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지호스피탈의 관계자는 “이지호스피탈은 의료용품을 직접 취급하지 않고 전자상거래만 성사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납품업체가 강제징수라고 주장하는 수수료는 회사 경영에 필수적인 수익”이라고 반박했다.

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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