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초기 명문 법대 재학생과 이 대학 출신의 젊은 법조인, 그리고 이 법조인과 동기생인 변호사 등이 피해자 주변인물로 등장하면서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지만 좀처럼 수사에 진척이 없었던 이 사건은 용의자가 밝혀짐에 따라 전모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수사〓사건이 발생하자 실종지 관할서인 서울 강남경찰서와 시체 발견지인 경기 광주경찰서가 공조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하씨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납치되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가 확보되고 공기총을 맞고 살해된 점, 범인들로부터 금품요구 전화 등이 없어 원한에 의한 청부살인으로 보고 하씨 가족의 주변인물들을 상대로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확실한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하씨 주변인물들에 대한 탐문과 살인 동기를 캐는 데 주력했지만 실마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현재 경기 광주경찰서가 쫓고있는 용의자들은 30대 중반의 남자 4명이다. 2명은 미국이나 홍콩 등지로 이미 출국한 상태이며 나머지 2명은 국내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이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것은 시체 유기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실을 확보했기 때문.
경찰은 “하씨 시체가 버려진 경기 하남시 현장에서 범인들이 살인을 청부했을 가능성이 높은 쪽과 전화 통화한 사실을 밝혀내 용의자들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으로 확정짓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신병만 확보하면 누가 청부살인을 의뢰했는지 등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피해자 주변인물〓경찰은 그동안 숨진 하씨의 주변인물로 명문대 법대에 재학 중인 남자친구 A씨와 변호사 B씨, 그리고 법조인 C씨 등 3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씨의 가족들은 사건 직후 경찰에서 특히 “지난해 C씨의 가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일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들을 검거하기까지는 어떤 동기에 의해 하씨가 납치돼 살해됐는지 확정지을 수 없다”며 “범인 검거 후에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씨는 자신의 집 앞에서 실종된 지 10일 만인 지난달 16일 경기 하남시 검단산에서 머리에 공기총 6발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