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의 이상한 공문

  • 입력 2002년 4월 23일 18시 19분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서울지부가 지난달 있었던 학교운영위원회 선거에서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는 학부모들을 상대로 출마 권유를 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학교 분회에 내려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올해 학교운영위원회 선거가 전교조 입장에서 학교 운영에 적극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건전한 의식’을 가진 학부모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는 학부모를 찾아내 출마를 권유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로 구성되어 실질적으로 학교를 운영해 나가는 기구로서 이번 지시는 전교조가 자신들 뜻에 맞는 학부모를 위원으로 뽑아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 공문에서 전교조는 특정 신문을 구독하는 학부모를 ‘건전한 의식’을 지닌 학부모로 규정하고 있다. 전교조가 말하는 ‘건전한 의식’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는 없어도 한 신문을 구독하느냐 여부로 이쪽 저쪽을 나누는 편향되고 폐쇄적인 시각은 그저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이들이 교사로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교조가 학교운영위원회를 좌지우지하려는 발상은 더욱 위험천만하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어느 이익단체의 의도에 따라 장악되거나 독점될 수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전교조가 학부모 위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구성에서 다수가 되고, 이를 통해 학교 운영을 주도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 자체로 교육 현장을 크게 오염시키고 나아가 교육 개혁에 역행하는 일이다.

전교조는 이달 초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동참해 조퇴투쟁을 벌인다고 해서 호된 비판을 받았다. 잇단 전교조의 ‘탈선’에 학부모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의 민주화와 ‘참교육’을 이념으로 내세워 온 단체다. 전교조가 과연 그에 걸맞은 활동을 하고 있는지 많은 학부모들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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