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홈페이지 물의

  • 입력 2002년 4월 26일 00시 19분


경찰이 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은 1995년 발간된 책 ‘경찰 50년사’에 따른 것이다.

당시 박일용(朴一龍) 경찰청장은 경찰청 경무국에 ‘경찰 50년사’를 펴낼 것을 지시했다. 경무국으로부터 이 업무를 넘겨받은 경찰청 치안연구소는 기존에 이미 발간된 6000쪽 분량(4권)의 ‘한국 경찰사’와 ‘격동의 경찰’ 등 각종 경찰 역사 관련 서적을 발췌, 요약 정리해 ‘경찰 50년사’를 완성했다.

경찰은 지난해 초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 재임 당시 이 책의 내용을 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경찰 역사’ 부분에 그대로 올렸다.

경찰은 물의를 빚고 있는 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내용에 대해 “‘경찰 50년사’를 그대로 디스켓에 담아 옮겨 게재한 것으로 당시 이 책은 전국의 각 경찰서에 배포됐다”고 해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찰 입장에서는 모든 시위는 불법이었다”며 “예전에 발간된 책을 종합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전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 박종철(朴鍾哲)씨의 아버지 박정기(朴正基) 전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장은 “역사성과 민족성을 모두 배제한 채 경찰의 못된 시각에 입각해 날조한 역사”라며 “경찰은 더 이상 역사를 날조해 홍보하지 말고 하루빨리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윤명선(尹命善) 민주화공원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최근 경찰이 민주경찰을 자처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짓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반성한 적이 없었다”며 “이렇게 사실을 왜곡하고 모독한다면 민주화 세력뿐만 아니라 국민적 규탄을 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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