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홍걸씨 단서 상당수 확보…조기 형사처벌 가닥

  • 입력 2002년 4월 26일 18시 12분


검찰 수사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를 조기에 형사처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

특히 김 대통령이 26일 공식적으로 홍걸씨 등의 문제에 대한 유감과 함께 대국민 사과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검찰은 부담을 덜고 수사를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이 “수사는 정치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홍걸씨의 비리 의혹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니까 시간이 걸린다”고 홍걸씨의 형사처벌을 시사하는 듯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검찰은 지금까지 홍걸씨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서 돈과 주식을 받았다는 증언을 다수의 사건 관련자들에게서 직간접적으로 확보했다. 또 돈과 주식이 이권 개입의 대가로 전달된 정황도 다수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증과 진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계좌추적을 통해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돈의 흐름을 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와 가깝게 지내면서 그의 비자금 수십억원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염모씨(33·여)의 집에서 발견된 70개의 가차명 통장에서도 많은 단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씨가 정관계 및 기업체 인사들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도 검찰이 입수했다.

이 같은 진전은 곧 최씨가 이권에 개입한 사업 및 그 관련자, 최씨의 금품수수 배경 등을 추궁할 근거를 상당량 확보했다는 의미가 된다.

최씨 본인도 “홍걸씨 등과 관련된 대화를 나눌 경우 이를 녹음해 뒀다”고 시인했다.

29일로 예정된 홍걸씨의 동서 황인돈씨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 같은 물증들에 대한 증거 보강 차원의 조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이미 변호인을 통해 최씨의 돈을 홍걸씨에게 전달했다고 사실상 시인해 검찰은 황씨의 진술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검찰은 또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주요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김 전 부시장은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에게 최씨를 소개해 줬고 최씨와 이권 개입의 대가를 나눠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다음 주 초 황씨와 송씨를 조사하면서 동시에 TPI에 대해 본격 수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홍걸씨가 최씨 등과 함께 송씨가 복표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홍걸씨에 대한 소환 시점은 송씨의 재소환과 맞물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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