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공연]“山寺음악회서 속세 번뇌 씻어봐요”

  • 입력 2002년 4월 26일 18시 25분


산과 들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요즘 전국 곳곳에서 각종 야외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 행사 중 주말인 27일 서울 북한산의 한 고찰에서 ‘산사(山寺) 음악회’가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부처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는 북한산 진관사(津寬寺·서울 은평구 진관외동)에서 음악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속세의 번뇌를 잊어보자. 진관사가 주최하는 이 음악회는 1998년 9월, 1999년 9월에 이어 올해가 3번째. 2000년과 2001년은 사찰 증축공사 등으로 열리지 못했다.

이 음악회는 97년 결성된 ‘진관사 합창단’이 자체 활동의 하나로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과 진관사를 찾는 손님, 그리고 인근 주민들을 위해 열 것을 제안한 뒤 문화예술 단체들의 후원을 받아 열리게 됐다.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이 하나로〓음악회는 이날 오후 6시 북한산의 북쪽 자락에 위치한 진관사 대웅전 앞에서 시작된다.

이 음악회는 전통민요와 현대음악, 불교음악 등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극단 미추 관현악단이 지휘자인 이경섭씨가 직접 작곡한 ‘방황’을 연주하고 80, 90년대 민중가수로 명성을 얻었던 안치환씨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내가 만일’ 등을 부른다.

또 전통음악 분야에서는 가야금 연주자 홍진씨, 소리꾼 장사익씨, 진도아리랑 등 남도민요를 부를 국악인 김성애씨, 마당극으로 유명한 김성녀씨 등이 출연한다.

▽불교 문화재도 감상하세요〓진관사는 서기 1000년 고려 제8대 현종 재위 시절에 진관대사(津寬大師)라는 고승이 창건했다. 천년 역사가 말해주듯 진관사에는 각종 불상과 탱화 등 불교문화재들이 많다.

부처님의 설법을 담은 그림인 ‘영산회상도’를 비롯해 ‘소조석가삼존불상’ 3점, 부처님 제자를 일컫는 ‘나한소조상’ 20점 등 지방문화재 32점이 있다.

진관사는 고려시대에는 왕이 나라의 안녕을 비는 제사를 지냈던 ‘왕찰(王刹)’이었고, 조선시대에는 태조 이성계의 집권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고려 왕족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조선조 왕실이 주관했던 ‘수륙제(水陸祭)’가 조선 말기까지 열리기도 했다.

▽자연도 만끽할 수 있어요〓북한산국립공원의 울창한 숲 속에 위치한 진관사 경내에는 현재 연산홍 꽃잔디 꽃매화 등 봄꽃들이 만발해 있다.

오후가 되면 북한산에 서식하는 소쩍새 휘파람새 딱따구리 등이 절 주위에서 ‘자연의 소리’를 전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도 좋은 편이다.

심한 가뭄이 들어도 일정한 수량이 유지되고 맑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약수터 앞은 늘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또 절 입구에는 ‘성시살림’이라는 전통 찻집이 있어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며 쉬어갈 수 도 있다.

진관사 총무 수경(壽竟)스님은 “푸른 나무와 형형색색의 꽃,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들로 진관사의 봄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며 “도시인들이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신선한 음악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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