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곳을 아시나요…배다리 중앙시장 한복거리

  • 입력 2002년 4월 26일 20시 38분


경인전철 동인천역에서 내려 옛 인천백화점을 끼고 돌아 지하통로를 빠져 나오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통 한복거리를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80년초까지 한복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인천의 ‘배다리 중앙시장 한복거리’(동구 송현동 87,98과 금곡동 1,2,3,6,8 일대).

인천사람뿐만 아니라 김포, 안산, 부천은 물론 백령, 연평, 대청도 등 인천 앞바다 섬과 멀리 충청도에서까지 한복을 지으러 왔다.

인천에 고향을 둔 40대 이상이라면 어머니 손에 이끌려 한번쯤 이곳을 다녀간 기억이 있는 곳이다.

▼실향민 좌판장사서 유래…대형매장과 경쟁 고전중▼

동인천역 뒤편을 지나 화평철교 에서부터 배다리철교에 이르기까지 약 1㎞ 구간에 60여곳의 한복집들이 오밀조밀 몰려 있다.

이곳의 한복집은 1951년 1·4 후퇴 당시 황해도 등지에서 피난을 내려온 실향민 중 바느질 솜씨가 좋은 아낙네들이 생계를 잇기 위해 옷가지를 만들어 내다 팔면서 좌판을 벌인 데서 비롯됐다.

현재까지도 한복집 주인의 일부는 실향민 또는 실향민 1.5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대지상회 김선애씨(70)는 “피난 내려와 먹고 살기 위해 가마니를 펴놓고 옷가지를 만들어 팔던 것이 한복가게로 발전해 벌써 5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며 “60·70년대엔 장사가 잘 되어 돈을 벌어 다른 곳으로 떠난 실향민도 많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70년대말까지 배다리 중앙시장 한복가게들은 장사가 잘 됐다.

각처에서 한복을 사려고 올라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뤄 새벽 4시부터 불을 밝혀 놓고 장사를 했다는 것.

한낮에도 한복거리에는 사람들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아 물건을 슬쩍하는 사람을 뻔히 보고도 코 앞에서 놓치기 일쑤였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상인들은 “지금은 개량 한복과 백화점 등 대형 매장에 밀려 장사가 신통치 않다”고 설명한다.

용신상회 이교자씨(50)는 “외국에서 국제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개최국의 전통의상을 입은 모습을 TV를 통해 보게되면 부러울 때가 많다”며 “우리의 전통 옷 한복은 갈수록 푸대접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 한복집에서는 혼수용품으로 쓰는 전통 한복과 침구류를 시중가보다 20∼30%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재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화학섬유는 15만∼20만원선. 본견(실크)은 25만∼35만원을 주면 최고의 바느질 솜씨를 자랑하는 전통한복을 맞춰 입을 수 있다. 한복거리 인근엔 이불, 홈패션, 커튼, 그릇을 도매로 구입할 수 있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것도 장점.

대지 상회 단골 심춘복씨(50·경기 김포시)는 “시집을 온 뒤 시누이와 함께 배다리 중앙시장 한복집을 거래한지 30년이 됐다”며 “언제 입어도 편안하고 옷 맵시가 살아 있어 새 옷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관할 동구청은 매년 5월 화도진축제와 때를 맞춰 한복 패션쇼를 여는 등 배다리 중앙시장 한복거리 활성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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