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 대사관 측의 설명 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정리하고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대비해 봤다.
▼美 ˝비자 적법 확인˝▼
▽JFK 공항 상황〓최 전 과장과 사위 정모씨는 유나이티드(UA) 항공 800편을 이용해 19일 오후 3시25분 JFK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최 전 과장은 이미 ‘상세입국심사(secondary inspection)’ 대상자로 분류된 상태였다.
미국 이민귀화국(INS)측은 그에 대해 약 3시간에 걸쳐 입국 경위 및 목적 등에 대해 조사했다. INS측은 이 과정에서 그가 소지한 비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급된 것을 확인하고 6개월 체류 승인을 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방문비자의 체류기간을 1개월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은 대부분 6개월 체류 허가를 주고 있기 때문에 최 전 과장도 6개월 체류 승인을 받았다.
뉴욕경찰이 최 전 과장에 대해 보호조치를 취한 것은 그의 입국이 허가된 직후였다. 뉴욕 경찰은 공항 입국장 로비에 한국 외교관과 기자 등 20여명이 진을 치고 있자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판단, 최 전 과장을 특별출구(different gate)를 통해 공항의 다른 터미널에 있는 사무실로 데려갔다. 연예인 등이 극성팬을 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출구였다.
뉴욕 경찰은 1시간 가까이 지난 뒤 최 전 과장을 내보내도 괜찮을 것으로 보고 택시를 잡아줬다.
▽한국 정부의 움직임〓외교통상부는 최 전 과장 일행이 일본 도쿄의 나리타공항을 떠난 뒤인 이날 오전 6시경(한국시간 19일 오후 7시) 뉴욕 총영사관의 한광일 영사(경찰청 주재관)에게 긴급 지시를 내렸다. 최 전 과장을 설득해 자진 귀국을 종용하라는 것이었다.
최 전 과장이 UA 800편에 탑승한 사실을 확인한 한 영사는 곧바로 당일 서울 귀국 비행기편을 문의한 뒤 좌석 2개를 예약했다. 최 전 과장이 자진 귀국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였다.
한 영사는 또 전화로 미국 INS측에 최 전 과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INS측은 한국 정부가 최 전 과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확인한 뒤 ‘불가(No)’ 입장을 밝혔다.
▼잠적 2시간뒤 협조 요청▼
INS의 거부 통보 직후 한 영사 등 영사 4명은 JFK 공항에 직접 나가 뉴욕경찰, 공항경찰, 공항세관 등에 보세구역(CIQ) 출입을 협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공항당국으로부터 더 이상 응답이 없었다.
오후 9시 이후 뉴욕총영사관은 워싱턴의 주미 대사관측에 연락해 미 국무부측에 협조를 구할 것을 부탁했지만 최 전 과장과 사위는 이미 택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간 뒤였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