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지질조사소(USGS) 해양과학센터 데일 그리핀 박사는 27일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에서 날아오는 먼지에서 많은 병원성 미생물이 발견되고 있고, 카리브해 산호를 멸종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그는 “황사는 대륙 간에 미생물을 운반하는 일종의 에어 브리지(air bridge)”라며 “사하라 사막에서 5일만에 대서양을 건너온 먼지가 많은 미생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때 2∼3일이면 한국에 날아오는 중국의 황사에도 미생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이 센터는 카리브해 일대 산호의 멸종 원인을 아프리카의 먼지로 지목하고 장기간 연구를 해왔다. 이 일대의 산호와 성게가 질병으로 몰살한 83년과 87년은 지난 30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먼지가 날아온 해였다. 실제로 이 센터는 부채꼴 산호를 감염시킨 토양 곰팡이 아스페르질러스 시도위를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먼지에서 발견한 바 있다.
이 센터 미생물학자인 그리핀 박사는 최근 카리브해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아프리카로부터 먼지 구름이 올 때 포집한 공기 중의 세균을 배양한 뒤, 개수를 센 결과 1ℓ당 박테리아 숫자가 황사 때는 쾌청할 때보다 10배나 많았다. 특히 먼지 속의 미생물 중 25%가 식물을 전염시키는 박테리아와 곰팡이였고, 10% 가량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이었다.
그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일대에서는 먼지로 전파되는 세균성 뇌막염이 확산되고 있고, 사하라의 먼지 구름이 기승을 부리면서 카리브해 바베이도스에서는 73년 이후 천식 환자가 17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 사막에서 발생하는 황사에는 제초제와 살충제가 많아 이 성분이 북극 원주민의 모유와 동물에서도 발견된다는 것.
그리핀 박사는 매년 발생하는 먼지는 20억t이라며, 1g의 토양에는 100만 마리의 세균이 들끓지만, 먼지 1g당 1만개만 살아있어도 이를 다 합치면 세균으로 연결해 지구에서 목성까지 다리를 놓을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 과학자가 로켓으로 공기 샘플을 수집한 결과 지상 77㎞ 상공에서도 곰팡이 포자가 발견됐고, 현재 미국항공우주국은 다른 행성이나 태양계 외부의 성간 구름에서 날아온 먼지에 세균이 숨어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연구 중이다.
서울대 김상종 교수(미생물학)는 “토양에 사는 세균과 곰팡이는 갑옷 같은 단단한 포자를 형성해 이동하기 때문에 악조건에서도 잘 견디는 것”이라며 “하지만 병원 감염이나 황사 등 공기 유래 세균 감염에 대해서는 국내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했던 2000년 봄 한서대 환경공학과 여환구 교수팀이 황사 먼지에서 페니실리움 등 4가지 속의 곰팡이를 발견했다.
여 교수는 “장비가 없어 세균과 바이러스는 분석하지 못했지만 보통 때는 대기 중에 곰팡이가 거의 없다가 황사 때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황사를 분석한 농림부 산하 ‘구제역 역학조사위원회’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황사를 통해 이동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수입 건초와 해외여행객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