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3단독 정진경(鄭鎭京) 판사는 25일 택시운전사 이모씨(43)가 “교통사고로 인해 80여일간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며 가해자인 김모씨(34·여)를 상대로 낸 19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정 판사는 “김씨가 시속 10㎞의 속도로 차량을 우회전하다 도로변에 서 있던 이씨의 택시 뒤쪽 범퍼를 살짝 들이받아 페인트가 약간 묻는 정도의 피해만 발생했는데도 이씨가 이 사고로 83일간이나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는 주장은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이씨가 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340만원을 받고도 2000만원에 가까운 액수의 소송까지 낸 것은 상대방의 잘못을 빌미로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선고 후 “교통사고로 가벼운 상처만 입었으면서도 많은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장기간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관행을 없애기 위해 법원은 교통사고와 상해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99년 3월 서울 신반포 6차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이씨의 승용차가 자신의 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자 “목뼈가 삐는 등 심하게 다쳐 석달 가까이 입원치료를 받게 됐다”며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