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씨 소환 파문 "司正 신호탄" 숨죽인 정치권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44분


착잡한 권노갑
착잡한 권노갑
검찰이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금품수수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에 대한 수사에 나섬으로써 검찰의 정치권 사정(司正)이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이여권핵심실세인권 전 최고위원을 직접 겨냥함에 따라 향후 수사는 어떤 정치적 고려나 성역도 없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다음달 1일 권 전 최고위원 소환을 시작으로 2일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과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측근인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 김성환(金盛煥)씨를 소환한다.

3일에는 역시 진승현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소환되며 공적자금 비리 수사와 관련해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송영길(宋永吉) 의원도 3, 4일 중 소환될 예정이다. 최기선(崔箕善) 인천시장도 다음주 초 소환돼 대우자동차판매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받을 예정이며 도피 중인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검거는 시간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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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가운데 최대 관심은 권 전 최고위원이다. 그는 ‘진승현 게이트’는 물론 동방금고 불법대출에서 비롯된 ‘정현준(鄭炫埈)게이트’와 ‘최규선(崔圭善)게이트’,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배후 인물로 거론돼왔다.

또 권 전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이른바 ‘진승현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진승현 리스트’ 확보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인된 게 없다”고 대답했다. 이는 진씨 등이 직접 문서로 작성해 보관해둔 리스트는 아니지만 관련자 진술에 따른 정관계 인사 명단이 있으며 명단에 거명된 개인들의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해야 할 단계임을 시사하는 검찰의 통상적 어법이다.

따라서 앞으로 검찰 수사는 권 전 최고위원을 소환해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한 뒤 명단에 오른 인사들의 혐의를 확인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진승현 게이트’의 핵심 의혹은 진씨가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등과 함께 정치인들에게 돈을 줬으며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여권 실세 등의 명단이 포함된 가짜 로비 리스트가 만들어졌다는 것 등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그동안 진씨 수사와 관련해 P의원과 L, C, 또 다른 L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돼 왔다.

이에 따라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상당수의 정치인이 금품수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2300억 불법대출-주가조작

▽진승현 게이트〓MCI코리아 진승현(陳承鉉) 부회장이 99년부터 2000년까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열린금고와 한스종금 등에서 2300억여원을 불법 대출받고 리젠트증권 주가 조작과 관련해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수사 과정에서 진씨의 비자금이 100억원대에 이르고 진씨에게서 돈을 받은 정치인들의 리스트가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지만 리스트의 존재나 비자금 액수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진씨의 로비창구로 알려진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씨가 지난해 해외 도피해 수사는 중단됐었으나 김씨가 귀국함에 따라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이 모두 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검찰 재수사가 급진전하고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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