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위장 이틀새 5명 살해

  • 입력 2002년 4월 30일 18시 55분


도주한 살해용의자
도주한 살해용의자
서울과 경기 수원 성남 용인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두달여 사이 무려 12명의 시민이 차량강도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고 수십건의 강도강간 등이 잇따르자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0대 2명이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해 승용차를 택시로 위장, 몰고 다니며 이틀 동안 5명의 여성승객에게 금품을 빼앗고 살해했다가 이 중 1명이 검거되고 1명은 달아났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2일 경찰에 검거된 ‘의왕 3인조 살인범’들이 올 2월부터 두달여에 걸쳐 수도권 일대에서 7명을 살해하고 20여차례의 강도강간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난 데 뒤이어 발생한 것이다.

더구나 경찰은 의왕 3인조 살인범 사건이 드러난 후에도 검문검색이나 방범 순찰활동 등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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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인 허모씨 일문일답

▽범행 개요〓경기 용인경찰서는 30일 여성 5명을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허모씨(25·용인시 기흥읍)를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김모씨(29·무직·특수강도전과·용인시 기흥읍)를 추적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이용한 차량과 차량에 있던 삽 2자루, 괭이 1자루, 노끈, 각종 신용카드, 현금과 수표 60여만원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이 차량에는 이들이 살해한 피해여성의 시체 5구도 실려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인 S골프장 식당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범인들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카드대금 800여만원을 갚기 위해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허씨는 28일 각각 회사를 그만뒀다.

이들은 지난달 2일 낮 수원시 팔달구 원천동 수원지법 앞에서 주차된 택시의 지붕에 달린 택시표시등을 훔쳐 김씨 소유의 EF쏘나타 차량 지붕에 부착, 택시로 위장했다.

이들은 이 차량을 이용해 지난달 27일 오후 11시경 경기 수원시 영통동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박모씨(29·여·피아노학원 강사)를 태운 뒤 10여분 거리의 용인시 기흥읍 신갈리 오산천 주차장으로 끌고 가 현금 2만원과 신용카드를 빼앗고 미리 준비한 노끈으로 박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살려두면 범행이 밝혀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다음날인 28일 오후 9시경 수원시 매탄동 삼성전자 입구에서 택시인 줄 알고 탄 이모씨(22·여·회사원)를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용인 휴게소 부근 갓길로 끌고 가 역시 노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또 29일 오전 5시경에는 수원시 매탄동에서 정모(23·여), 안모(22·여), 강모씨(26·여) 등 일행 3명에게 접근, ‘함께 술 한잔하며 놀자’며 차량에 태운 뒤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오산 부근 갓길로 차를 몰았다.

범인들은 노끈으로 이들의 손발을 결박하고 2명을 성폭행한 뒤 역시 같은 방법으로 목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여성들은 전 직장 동료들로 수원 소재 모 나이트클럽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귀가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숨진 여성들로부터 빼앗은 현금은 15만원이고 강탈한 신용카드로 인출한 돈은 24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범인 검거〓범인들은 30일 0시 40분경 용인시 기흥읍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야외 주차장에서 엘란트라 등 차량 2대의 번호판을 훔치다 이 공장 사설경비업체인 ㈜에스텍 직원들에 의해 적발돼 10여명과 20여분간의 격투 끝에 검거돼 경찰에 넘겨졌다.

허씨는 경찰에서 “시체를 야산에 매장하기로 했으며 범행을 은폐하고 차량 추적을 피하기 위해 다른 차량의 번호판을 훔치려 했다”고 진술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들의 차량에서는 뒷좌석에 4명, 트렁크에 1명(박모씨) 등 모두 5명의 시체가 실린 상태였다.

▽범인 도주〓그러나 경찰은 범인들을 넘겨받고도 기본 호송수칙조차 지키지 않아 범인 김씨를 놓치고 말았다.

연락을 받고 출동한 용인경찰서 고매파출소 소속 이모 순경(29)이 범인들에게 수갑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112 순찰차 뒷좌석에 태우고 순찰차 시동을 켜놓은 채 범인들의 차량을 확인하러 가는 사이 김씨가 순찰차를 몰고 도주했다.

뒤늦게 이 순경과 경비원들은 경비 차량을 타고 200여m를 추격해 뒷좌석에 있던 허씨는 검거했지만 김씨는 그대로 화성시 태안방면 야산으로 달아났다.

달아난 김씨는 이날 오후 1시경 애인 김모씨(25·용인시 기흥읍)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씨의 전화 발신지가 경북 포항으로 나타남에 따라 형사대를 포항으로 급파했다.

용인〓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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