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화물車 고속도로 음주 근절책 마찰

  • 입력 2002년 4월 30일 20시 49분


‘고속도로 음주운전의 온상인가, 화물차 졸음 운전 막는 휴식처인가.’

정부가 고속도로 음주운전을 뿌리뽑겠다며 고속도로 간이버스정류장의 화물차 진입을 봉쇄하자 인근 식당 업주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태〓고속도로 간이 버스정류장은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일반 노선 버스를 위한 시설. 그러나 언제부턴가 화물차들이 휴식장소로 이용하고 여기에 맞춰 인근에 음식점들이 들어서면서 마치 화물차 휴게소처럼 변했다.

이런 가운데 국무총리실과 경찰청 한국도로공사는 2월 천안에서 화물차 음주운전으로 1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본격적인 봉쇄에 나섰다.

이들 기관들은 이달 초까지 전국 고속도로 버스정류장(203곳) 가운데 주변에 식당이 있어 음주의 소지가 있는 96곳을 폐쇄하거나 주차 공간을 축소해 화물차의 진입을 막기로 했다.

▽반발〓이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길게는 30여년 동안 음식점 운영으로 생계를 이어온 버스정류장 주변의 100여개 식당 업주들.

충북 영동의 고속도로식당협의회 편재영 회장은 “고속도로 음주 운전의 주범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주변의 술집인데 자정 결의를 통해 술을 팔지 않고 있는 버스정류장 주변 식당만 문제 삼는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2월의 천안 교통사고는 운전자가 고속도로 진입 전에 술을 마셨으며 이 사건 직후 한달동안 고속도로 음주운전 단속에 나선 결과 4000여건의 적발건수 중 버스정류장 주변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화물차 운전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고속도로 휴게소간 거리가 멀게는 50㎞를 넘고 화물차가 몰려드는 야간의 경우 일부 휴게소는 주차 공간마저 없기 때문에 버스정류장과 주변 식당이 졸음 운전을 피하는 대피소와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실제 충북 영동의 버스정류장 주변 식당들의 경우 메뉴가 다양한데다 음식값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샤워시설까지 갖춰 놓고 있다.

▽대책은 없나〓국무총리실은 최근 한나라당 심규철(沈揆喆·충북 보은-옥천-영동) 의원의 버스정류장 재검토 요청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정류장 주변 식당들이 실제 술을 팔아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또 “운전자들이 졸릴 경우 고속도로 주변 8㎞마다 비상주차대가 마련돼 있어 활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영동〓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