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내용은…“언개련등 시민단체 전면 내세워야”

  • 입력 2002년 4월 30일 23시 34분


“지금까지 발견된 언론개혁 관련 문건 가운데 가장 조악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가장 저급한 언론관을 드러낸 문건들이다.”

검찰 관계자들이 전 전남매일신문 기자 박원우(朴元雨)씨가 작성한 언론 개혁 문건을 공개하면서 한 말이다.

‘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고 통치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앙 신문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는 제목이 붙은 문건에는 ‘종합 일간지〓반(反)개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현재 언론사 경영 구조와 보도 시각은 사실상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정부에도 가장 위험한 적대적 기구’라는 문구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중앙 신문들은 특정 기업이나 기득권층을 두둔하면서 정부 개혁에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등 정부를 무조건 비판하고 통치력을 약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며 언론 개혁의 시급성을 제기했다.

종합 일간지에 대한 분석은 ‘국내 거의 대부분의 중앙 신문들은 과거 군사정권 때부터 온갖 특혜를 누리고 현재의 IMF 위기를 초래한 재벌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사실이 아닌 근거를 기초로 하고 있는 대목도 있었다. ‘한나라당으로부터 향응과 정보를 받고 특정 지역에 기초한 정당에 유리한 기사를 싣고 있지나 않나 우려된다’는 ‘음해’도 포함돼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지난해 대대적인 언론사 세무조사로 이어진 정부 주도의 ‘언론개혁 프로그램’과 유사한 부분도 발견된다.

‘언론개혁은 확실한 명분이 축적된 뒤에 사전에 치밀한 준비 계획 단계를 거쳐 단시일 내에 단행돼야 한다. 언개련 등 언론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시민단체에 큰 힘을 실어주고 이들을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 그것.

‘지방언론개혁을 위한 방안’이라는 문건에는 더욱 구체적인 언론통제 방식이 포함돼 있다. 전남지역 신문들을 거론하며 사주에게 곧바로 검찰권을 행사해도 무방하다는 내용과 함께 △자치단체장 압박을 통한 폐간 결정 △부채 탕감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한 자진 폐간 유도 △대화를 통한 복간 제지 등의 방법을 적시했다.

‘정권재창출’ 문건도 재벌 등 기득권층을 타도 대상으로 설정하고 개혁 실패를 언론 탓으로 돌리는 등 왜곡된 시각을 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어디까지 실현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권력 핵심층이 조악한 수준의 문건을 읽고 공감했다면 그들도 문건 못지 않게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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