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대 여성 연쇄살해 사건 등 막가파식 범죄는 늘고 있는데도 경찰은 전혀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데다 심각한 기강해이 현상마저 드러내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용인 20대 여성 연쇄살인범 김모씨(29)가 달아난 것은 경찰이 기본 호송수칙을 무시한 것 외에 늑장보고도 한몫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김씨가 경기 용인시 기흥읍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야외주차장에서 도주한 것은 지난달 30일 오전 1시10분경.
그러나 관할 파출소는 1시간 뒤인 오전 2시20분에야 용인경찰서에 ‘범인 도주’ 보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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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고를 받은 용인서도 20분 뒤인 오전 2시40분경 화성과 수원 남부 등 인접 경찰서에 긴급 통보를 했고 경기경찰청에는 다시 30분 뒤인 오전 3시13분 처음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범인이 현장을 멀리 벗어난 뒤였다.
또 지난달 30일 0시경 경북 칠곡군 지천면에서는 가정집에서 인질극을 벌이던 30대를 검거하기 위해 출동한 박모 경장(34) 등 경찰관 2명이 오히려 권총 2정을 빼앗기고 범인의 인질이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이날 오후 9시경에는 부산 부산진경찰서 1층 화장실에서 양모 경사(43)가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올 3월 25일에는 수원 중부경찰서 직원들이 현행범 호송 중에 한눈을 팔다 도심 한복판에서 순찰차를 탈취당한 뒤 뒤늦게 총기를 사용해 검거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기강해이 현상은 경찰간부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 2월 말에는 이상업(李相業) 경기경찰청장이 선물로 받아 기르던 진돗개를 잃어버리자 강력사건을 전담하는 형사기동대가 동원돼 인근 주택가를 돌며 전단을 배포하는 등 개 찾기에 나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경기지역 일선 서장과 경기경찰청 간부들의 비리 연루설이 나돌아 최근 본청 감찰을 받기도 했다.
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