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함없는 실세’ 모시기

  • 입력 2002년 5월 1일 18시 31분


검찰 소환된 ‘실세’
검찰 소환된 ‘실세’
2000년 7월 김은성(金銀星) 당시 국가정보원 2차장은 권노갑(權魯甲) 민주당 상임고문을 찾아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비리를 ‘보고’했다.

이는 심상치 않은 일이다. 국정원의 고위 간부가 업무상 아무 관련이 없는 정당의 고문을 찾아가 보고한 것도 이상하고 보고 대상이 개인 비리였다는 것도 그렇다. 이들 세 사람은 어떤 관계였으며 이들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권노갑과 최규선〓권씨와 최씨는 99년 ‘비슷한 처지’로 만나 의기투합했다고 최씨의 한 측근은 말했다. 최씨는 당시 청와대 입성을 노리다가 실패해 미국으로 떠난 상태였고 권씨도 국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일본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최씨는 일본으로 권씨를 찾아가 ‘억울하다’고 호소했고 권씨도 최씨의 처지를 안타까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000년 초 귀국해 4·13 총선에서 권씨의 지원을 받아 민주당 경기 성남시 분당의지역구 공천을 노렸으나 받지 못했으며 이후 권씨와도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달 9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를 통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잭 웰치 회장에게 부탁해 권씨의 아들을 GE에 취직시켰다”고 주장했다.

▽권노갑과 김은성〓권씨는 ‘국민의 정부’ 출범 전 자신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이었을 때 김 전 차장이 정보위 수석전문위원이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씨가 김 전 차장을 탐탁해하지 않아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의 한 측근은 “이 때문에 김 전 차장이 권씨에게 잘 보이려고 여러 차례 접근을 시도했으며 2000년 7월 방문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보고 내용〓김 전 차장의 보고 내용도 심각하다. 권씨 주변에 있던 최씨뿐만 아니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 문제도 포함됐다.

이후 김 차장은 홍걸씨에 관한 정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고위층에게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본보 4월13일자 A1면 참조).

이런 사실은 홍걸씨에게도 알려졌고 다시 최씨에게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해 “김은성 차장이 내 뒤를 캐 위에다 보고하는 바람에 혼이 났다”고 말했다고 그의 측근이 전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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