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씨 비리확인에 주력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30분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이 2일 긴급 체포됨에 따라 김씨의 동창인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에 대한 수사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월드컵 축구 경기 개막 이전에 두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을 끝낸다는 방침을 정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 전망〓검찰은 2일 소환한 뒤 곧바로 긴급체포된 김성환씨에 대한 영장 청구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가 이권과 관련해 6개 업체에서 8억여원을 받은 확증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따라 수사의 초점이 김홍업씨의 비리 확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김성환씨와 자주 어울렸던 김홍업씨가 권력을 배경으로 이권에 개입했는지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수십억원대의 자금 거래 경위 등이 검찰이 규명해야 할 과제다.

검찰은 김홍업씨의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김성환씨를 압박할 카드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환씨가 관리해온 50여개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250여억원의 실제 주인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차명계좌의 상당수는 김홍업씨나 아태재단의 비자금 계좌일 것이라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검찰은 특별검사팀에서 넘겨받은 사안 가운데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의 수사 정보 유출 의혹과 이수용(李秀勇) 전 해군참모총장의 인사 청탁 비리 의혹을 제외하고 모든 수사가 사실상 끝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성환씨를 구속한 뒤 김홍업씨를 소환 조사하는 문제는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수사 진척과 ‘최규선(崔圭善) 게이트’와 관련된 김홍걸(金弘傑)씨의 소환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검찰 고위 관계자는 “20일부터 외신기자들이 입국하는 등 사실상 월드컵축구가 시작되는데 대통령의 두 아들 문제가 국제뉴스가 되기 전에 마무리지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성환씨와 김홍업씨〓두 사람은 고교 및 ROTC 동기라는 인연을 바탕으로 30여년간 가깝게 지내온 사이다. 김성환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난히 입이 무겁고 의리를 중시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야당생활을 할 때부터 김홍업씨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업씨는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홍걸씨와 달리 국내에 머무르며 권력 핵심부에 의해 ‘관리’됐기 때문에 권력형 비리에 상대적으로 적게 개입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김성환씨는 김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씨의 요청에 따른 ‘수사 중단 압력 의혹’이 불거진 2월 “김홍업씨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청와대로 불려가 대통령의 경고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