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사이에서는 “장마가 오기 전에 고지대로 이주하자”는 말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수마(水魔)’에 대한 걱정으로 동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금강산댐에서 최단거리에 위치한 화천 주민들은 “설마 설마했지만 금강산댐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정부는 뭘 했느냐”며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화천군번영회 안경호 회장(65)은 “금강산댐 건설 문제가 제기된지 무려 15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그동안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며 “배신감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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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민들 사이에 ‘댐 붕괴’의 불안감이 확산되자 강원도와 화천군 공무원들이 잇따라 ‘평화의 댐’ 보수공사 현장을 방문해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으나 일선에서는 정확한 실상을 알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현지를 다녀온 김진해(金鎭海) 강원도 재난방재 과장은 “아무리 민감한 사안일지라도 해당지역 자치단체도 모르게 일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하다”며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려주기라도 했더라면 주민들이 이렇게 놀라거나 동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역 주민들은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혹시나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이 붕괴되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별다른 동요 없이 잘 견뎌왔다. 특히 최근 갈수기 때 북한강에 갑자기 많은 물이 유입되고 느닷없이 흙탕물이 밀려드는 이상현상이 계속됐어도 정부를 굳게 믿었다는 것.
그러나 뒤늦게 정부가 ‘금강산댐 붕괴 가능성’을 거론하자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성토와 함께 “정부만 믿고 너무 무심하게 대처했다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자탄하는 모습들이다.
양구군의회 최형지(崔炯智) 의원은 “댐 건설로 고통받아 온 주민들이 이제는 댐 붕괴 걱정까지 하게 됐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금강산댐의 진상을 정확하게 알리고 특단의 대처방안을 마련해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