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통령 아들들 다음주 소환 20일까지 수사 마무리 방침

  • 입력 2002년 5월 9일 18시 46분


검찰이 각종 권력형 비리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과 3남 홍걸(弘傑)씨에 대해 본격적인 형사처벌 수순에 착수했다.

검찰은 홍업씨의 경우에는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도 있겠지만 일단 다음 주 두 사람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을 앞두고 적어도 20일 이전에는 두 형제에 대한 수사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홍걸씨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서 100만원권 수표로 3억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홍업씨의 경우 동창인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과 10억원 이상의 불법 자금 거래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범죄 혐의로 볼 때 홍걸씨가 형보다 먼저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서울지검 특수2부는 홍걸씨가 받은 돈의 대가성을 집중 조사 중이며 구체적인 금품 전달 정황도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걸씨에게 돈이 전달된 시점은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이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이며 돈의 출처도 TPI 주식 매각 대금이라는 점으로 미뤄 볼 때 대가관계 입증은 어렵지 않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또 검찰은 40일간의 계좌추적과 100여명의 참고인 진술을 통해 홍업씨의 불법자금 거래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의 단서를 확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성환씨가 홍업씨가 관련된 결정적인 대목에서 진술을 거부하며 불법 자금 거래를 ‘대차(貸借)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어 홍업씨의 범죄 혐의 입증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형제 가운데 1명이 먼저 처벌되면 나중에 조사받는 1명에 대한 처벌 수위는 낮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권력형 비리에 개입한 정도로 비춰 볼 때 두 사람 모두 구속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미국에 체류 중인 홍걸씨는 현지에서 법률적 대비책을 세우면서 국내에서도 변호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업씨도 측근을 통해 변호사들에게 법률 자문을 하는 등 소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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