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가격-용적률 규제…금리상승…재건축시장 ‘찬바람’

  • 입력 2002년 5월 12일 17시 08분


잘 나가던 아파트 재건축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재건축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이 맞물려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대한 투자 열기가 식고 있기 때문.

여기에다 국세청이 아파트 기준시가를 올려 단기 투기세력 유입을 막은 것도 재건축시장을 냉각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3월 재건축사업 승인을 받은 직후 최고 4억6000만원까지 올랐던 송파구 잠실동 주공4단지 17평형이 두 달 사이에 3억8500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인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저밀도지구 대표 주자도 휘청〓서울시내 5대 저밀도 지구에 있는 아파트 중 재건축 우선 사업단지로 선정된 곳은 △동서울(암사 명일지구) △도곡 주공(청담 도곡지구) △주공4단지(잠실지구) △내발산 주공 등으로 구성된 화곡1(화곡지구) 등이다. 이들 아파트는 사업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이라도 기존 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업 승인’이라는 호재가 가격에 이미 반영돼 수익성이 낮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

청담 도곡지구의 도곡 주공아파트 13평형은 2개월째 5억3500만원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화곡지구 내발산 주공아파트도 이달 7일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단지는 사업 추진 여부도 불투명〓저밀도 지구 가운데 우선 사업단지 선정에서 탈락한 단지의 재건축 추진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재건축에 따른 전세난과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후속 재건축단지 사업승인 시점을 최대한 늦출 예정이기 때문.

청담 도곡지구에서는 2순위 재건축아파트로 영동 주공 1∼3차 단지가 꼽히고 있지만 서울시의 시기조정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사업승인 시기가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암사 명일지구에서는 최근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강동 시영2단지가 2순위 단지로 유력하지만 경합단지인 시영1단지와 우선순위를 다퉈야 하기 때문에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주공 1∼3단지와 시영 단지가 2순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잠실지구도 마찬가지. 두 단지 모두 사업승인을 신청한 상태여서 사업승인권자인 송파구청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저밀도 지구 밖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서울시의 용적률 제한 때문에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택지개발지구 내 아파트들이 대표적인 사례.

용적률 300%대의 고밀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교통난과 주거환경 악화를 우려, 용적률을 200%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의견 대립으로 4년 가까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가 최근 양측의 의견을 절충해 용적률을 25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실제 재건축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허영 서울시 도시관리과장은 “개포지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대부분이 5층짜리 저층 아파트로 건설교통부의 ‘일반주거지역 세분화 계획’을 적용하면 2종 주거지역에 해당, 200% 이상의 용적률을 허용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다른 변수는〓정부의 아파트 분양가 간접 규제가 가장 큰 변수다. 지금까지 서울지역에서 공급되는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들이 추가 부담금을 덜 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일반 분양 아파트 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분양가가 제한을 받게 되면 사업 추진이 벽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 속성상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할 공사비가 높아지면 자칫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서울시내 저밀도지구 재건축사업 승인 단지 현황
지구단지기존평형기존 가구신축 평형신축 가구승인 시점
암사 명일동서울15∼1947025∼435682001. 9
청담 도곡도곡주공1단지10∼132,45026∼772,9442002. 1
잠실주공4단지172,13026∼502,6782002 .3
화곡내발산 주공 등으로 구성된 1주택지구10∼341,93423∼472,1982002. 5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서울시와 강남구의 의견차
구분서울시강남구
재건축용적률제한-개포, 일원동일대 9개 아파트단지:200% 이하-개포 시영, 일원 현대:200% 이하 -개포 주공 1∼4단지, 일원 대우, 우성 6차, 개포 주공9단지:250% 이하
높이 제한없음12∼15층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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