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피플]유상오 주택공사 연구부장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

  • 입력 2002년 5월 12일 17시 28분


‘동대문운동장을 시민공원으로 만들자.’

동대문포럼 위원장인 유상오(兪常N·38·대한주택공사 도시개발사업단 연구부장) 박사가 2000년 1월 모 일간지 칼럼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처음 했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4개월이 흐른 9일 저녁. 서울 동대문 인근 프레야타운 컨벤션센터에서 동대문포럼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후보 초청간담회’에서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는 모두 이 계획에 공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후보는 이날 참석한 동대문시장 상인과 도시계획학자 70여명 앞에서 ‘선(先) 동대문 후(後) 청계천 개발’을 내세우며 남북 녹지축 확보 차원에서 검토할 것을 약속했다. 또 이 후보는 이날 청계천 복원과 함께 동대문운동장도 공원으로 만들겠다며 미리 그려온 ‘동대문공원’ 조감도를 내보였다.

두 후보는 구상하는 개발의 규모나 윤곽은 조금 달랐지만 동대문운동장 공원화와 일대 상권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이에 앞서 동대문포럼은 4월 말 두 후보에게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동대문 접근성 개선 및 공익시설 지원 등의 정책공약을 제안했다.

유 박사가 동대문운동장을 공원으로 만드는 것을 처음 구상한 시점은 1999년 말. 당시 주택공사가 종로 청계천 퇴계로에 이르는 세운상가∼진양상가 일대를 재개발해 국제금융타운과 녹지공간으로 바꾸려 했던 계획이 1조원이 넘는 보상비 때문에 무산되는 것을 본 뒤였다.

“무엇보다 서울의 녹지축을 어떻게 세우느냐가 문제였어요. 도심에 4만여평이나 되는 공간을 가진 곳은 동대문운동장밖에 없다고 판단했지요. 이 운동장이 시유지라 보상 부담도 없고, 다른 곳에 월드컵경기장이 생기면 운동장의 효용은 더욱 떨어지게 될 거고….”

그는 동대문운동장 문제에 몰두하다 이 일대 상권이 침체에 빠진 사실을 알고 2000년 3월 도시계획 전공 학자와 동대문상가 상인들과 함께 동대문포럼을 구성했다.

10여명으로 시작한 이 포럼은 현재 참여자가 50여명으로 늘어났다. 포럼은 지난해 “동대문 일대를 중국인 관광객등을 집중 유치하는 ‘한류(韓流)메카’로 만들자”고 제안하며 동대문 일대의 관광특구 지정을 주장했다.

유 박사는 현재 대한주택공사에 근무하고 있지만 ‘도시’와 ‘환경’이 관련된 일이라면 어디건 뛰어다닌다. 동대문포럼을 비롯해 녹색연합, 내셔널트러스트,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의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그가 이렇게 ‘돈 안 되는’ 일에 열심인 이유는 뭘까. 그는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찾은 끝에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동대문에 4만여평의 녹지가 생기면 북한산과 남산을 잇는 녹지축이 형성돼 강북의 대기 환경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겁니다. 그 다음 목표는 강남북의 녹지축을 제대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는 “직장 일에 지장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근무시간에는 열심히 일합니다. 그나저나 저희 회사 좋은 회사 아닙니까. 이렇게 활동하게 해주고…”라며 큰소리로 웃었다.

△64년생 △경희대 조경학과 졸 △일본 지바대 도시 및 환경계획학 박사 △96년부터 주택공사 근무

서영아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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