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과〓보상심의위가 지난달 27일 전교조와 부산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뒤 교육단체와 경찰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위원회 결정에 부정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자 청와대와 민주당도 보상심의위 결정의 재고를 공식 요청했다.
청와대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2일 “보상심의위가 동의대사건 등에 대해 극히 제한적으로 보상을 인정했어야 했고 희생당한 경찰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예우와 보상을 해야 했다”며 “위원회 결정에 대한 재심 절차가 없어 관련 법규에 대한 개정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9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사람(경찰관)이 죽은 것까지 정당화할 수는 만큼 심의 결과에 대해 재고를 요청해야 한다”는 당의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상심의위원회는 11일 열린 제42차 위원회 본회의에서 ‘재심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이미 결정한 전교조와 부산 동의대사건에 대해서는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재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심 가능한가〓전문가들은 1999년 여야 공동발의로 만들어진‘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화운동 인정 대상을 69년 8월7일 이후 사건으로 국한한 이 법률은 위원회가 민주화운동 불인정 결정을 내렸을 경우에만 신청자가 재심과 행정심판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위원회에 사임서를 낸 노경래(盧京來·변호사) 위원은 “민주화운동 신청자뿐만 아니라 사건의 이해 관계자도 재심을 요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하고 이번 사안들의 경우 소급 법률을 제정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위원은 “일반적으로 소급 입법은 법정신에 어긋나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나 예외적인 경우에는 소급 법률을 만들어 이미 결정난 사안을 번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전교조와 부산 동의대 사건의 민주화운동 인정을 보상심의위가 재심하기 위해서는 현행법 개정과 함께 소급 법률의 제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
한편 부산 동의대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헌법소원은 각하될 확률이 높다고 법률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조용환(趙庸煥) 변호사는 “전교조나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고 해서 공권력에 의해 경찰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경찰이 헌법소원을 낸다 해도 각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원회 파행〓11일 위원회 회의에는 이미 사퇴의사를 밝힌 김철수(金哲洙) 위원 등 3명을 포함한 4명이 불참해 전체 위원 9명 중 5명만 참석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앞으로 후임 위원이 임명될 때까지는 동의대 사건처럼 민감한 사건에 대한 결정은 미루고 그동안 위원 전원 합의가 나온 사안에 대해서만 심의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사건, 사로맹 사건 등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인 사건들에 대한 결정은 상당 기간 늦춰질 전망이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전교조와 동의대사건 민주화 인정 이후 관련 일지 | |
4월 27일 | 민주화보상심의위, 전교조와 부산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 |
4월 28일 | 한국사학법인연합회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교조 민주화 인정에 대해 반대 입장 표명 |
4월 29일 | 경찰, 경찰청 홈페이지에 동의대 사건 민주화 인정 재심의 요구와 경찰의 조직적 대응의사 표명 |
5월 2일 |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행정자치부 통해 관련 법규 개정작업 추진 계획 발표 |
5월 4일 | 서울경찰청 제3기동대 35중대 소속 경찰 100여명, 동의대 사건 민주화 인정 반대해 검은 리본 시위 |
5월 9일 |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부산 동의대 사건 민주화 인정 관련 재심의 요구 |
5월 11일 | 민주화보상심의위, 제42차 회의에서 ‘재심 불가’ 입장 거듭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