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관리했던 비자금의 규모는 약 18억원이라는 게 검찰의 잠정 결론이다. 김씨는 이 돈을 고교 동창이자 ROTC 동기인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8억원을 찾아내면서 김성환씨가 개설한 50여개 차명계좌 가운데 김홍업씨가 실제로 관리했던 계좌를 확인하고 이 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성환씨가 김홍업씨와 관련된 돈의 출처와 자금 거래 내용에 대해 “내가 빌린 돈을 갚았다”는 식으로 주장함에 따라 수사가 잘 진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김홍업씨가 김성환씨와 함께 기업체를 대상으로 불법자금을 모금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입금된 돈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주변 인물 가운데 가장 믿을 만한 친구인 김성환씨의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세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일부 자금은 알선수재 혐의의 공범 관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김홍업씨가 기업체에서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거의 대부분 확인한 뒤 수사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홍업씨가 지난해 조성한 비자금에는 97년 이전에 발행된 수표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수표가 97년 대선 당시 쓰고 남은 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2001년 1월 이전에도 김홍업씨가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계좌 추적과 함께 출처가 확인된 일부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이 김홍업씨가 관리한 비자금의 정체를 어느 정도 밝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