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속의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이 제기한 계약위반 등 관련소송의 선서증언을 위해 10일(현지 시간) 오전 로스앤젤레스의 모처에 나타난 홍걸씨를 만나본 이 전 의원 측의 전언이다.
홍걸씨가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외부인사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최규선 게이트’가 터진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홍걸씨는 증언 전날 증언 장소 변경을 요청했고, 이 전 의원 측이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취재진은 홍걸씨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 전 의원 측에 따르면 홍걸씨는 이날 오전 8시반경 얇은 금테안경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콤비 양복차림으로 증언 장소에 도착했다. 이 전 의원과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지만 홍걸씨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은 아무런 얘기도 나누지 못했다. 홍걸씨는 합의 절차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변호인 등과 함께 증언장을 떠났다.
통역과 속기사, 비디오 촬영기사 등이 입회한 가운데 30여분간 진행된 이날 선서증언에서 홍걸씨는 ‘1993년 고려대 학사 학위와 2000년 5월 남캘리포니아대(USC)의 석사학위 취득 때까지 직장을 가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없다”고 답했다고 이 전 의원 측이 전했다.
그러나 홍걸씨는 95년과 2000년 각각 미국 토렌스와 팔로스버디스의 주택 구입 시 작성한 은행 융자신청서에는 자신이 수년간 미국 현지 기업에서 근무했다고 기재한 바 있다.
홍걸씨는 또 “석사 학위 취득 후 2000년 9월말부터 퍼모나대 태평양연구소(PBI)에서 풀타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급여를 받은 적이 있으나, 최근 연구활동이 끝나 현재 특별히 갖고 있는 직업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홍걸씨는 “유창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되물었고 다시 ‘현지 고등학생 수준 이상의 독해와 언어 능력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자 “그렇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 측은 “홍걸씨가 비교적 또박또박하게 답변했으나 일부 질문(연구원 급여 및 운전면허증 소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소송과 관련이 없다는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전 의원은 “증언 과정에서 홍걸씨가 나에게 지급키로 했던 56만달러 합의 보상금의 출처에 대한 질문을 준비했으나 시간이 없어 물어보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