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들 중 상당수가 내년 3월 31일 이전에 출국하는 항공권을 구입해 1년간의 합법 체류 허가를 받은 뒤 곧바로 항공권을 환불하는 편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대책은 불법 체류자들이 3월 25일부터 5월 25일까지 ‘내년 3월 31일 이전에 출국하는 항공권’을 구입해 제출하는 등 자진 신고할 경우 범칙금과 입국규제를 면제하고 최장 1년까지 국내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4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T씨(50)는 지난해 비자기간이 만료돼 불법 체류자가 됐다. 경기 광주시의 한 공장에서 중노동을 하고 있는 그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기 때문에 잦은 임금 체불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에 그는 불법 체류자 신분에서 벗어나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지난주 44만원을 주고 내년 3월 고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구입한 뒤 법무부에 자진 신고, 시한부 합법 체류자가 됐다.
그러나 T씨는 “돈을 벌기 위해 2년 정도는 더 한국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합법 체류 허가를 받은 뒤 항공권을 곧바로 환불했다”며 “다른 불법 체류자들도 이렇게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 외국계 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지금까지 항공권을 구입한 불법 체류 외국인은 800여명으로 이 중 80여명이 항공권을 환불했다.
이에 따라 이 항공사는 당초 2만원을 받던 환불 요금을 3만원, 5만원으로 올린 뒤 급기야 지금은 항공권료의 50%까지 올리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항공권을 사간 사람 가운데 매일 20여명꼴로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결국은 거의 모두가 환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환불 요구가 너무 많이 들어오자 이들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항공권 취소 확인서를 받아오도록 해 실질적으로 환불을 불가능하게 했다.
심지어 다른 외국계 항공사는 최근 불법 체류자들에게는 아예 항공권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체류심사과 관계자는 “종합대책에 따라 항공권을 갖고 오면 체류기간을 연장해 줄 수밖에 없다”며 “일부가 이를 악용하겠지만 우리가 그것까지 막을 수는 없고 나중에 적발되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대책에 따라 불법체류 예상 인원 27만명 중 이미 15만여명이 자진 신고했으며 마감 시일까지 20여만명이 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의 집 정규진(丁奎眞) 전도사는 “실제 불법 체류자 가운데 자진 출국할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에서 항공권에 의한 체류 연장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정부는 이 보다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