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코리아 대표 진승현(陳承鉉)씨의 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권노갑(權魯甲·사진)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최근 면회하고 온 인사가 전한 권 전 최고위원의 근황이다.
권 전 최고위원은 요즘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식사도 아침에 제공되는 죽 이외에는 거의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73세의 고령인 데다 당뇨 증세가 있어 골프 등 운동을 계속해온 그는 의욕을 잃은 듯 맨손체조도 포기해 건강도 크게 나빠졌다고 한다.
97년 한보사건으로 구속돼 ‘의연하게’ 수감생활을 할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라는 것.
그는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서 눈물을 비치는가 하면 수감 초기에는 외부인사 면회도 일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인인 노관규(盧官圭) 변호사에게는 “검찰이 이렇게 생사람을 잡아넣어도 되느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권 전 최고위원이 한보사건 당시에는 돈 받은 사실을 시인했지만 이번에는 돈 받은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권 전 최고위원은 자신이 충성을 바쳐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집권 하에서 구속됐다는 사실에 더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권 전 최고위원의 혐의는 법원의 영장 발부로 어느 정도 정리됐다”며 “권 전 최고위원이 아직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