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걸씨 검찰출두 왜 늦추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의 검찰 출두 지연은 홍걸씨 자신이 한 발언과도 모순된다.

그는 귀국길에 오르면서 “보통사람과 똑같이 조사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의 거듭된 출두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보통사람’의 모습과는 다르다.

홍걸씨 측은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웠으나 설득력이 없다. ‘보통사람’이라면 귀국 후 하루 정도 여유로 충분하다. 또한 공항에서 곧바로 수사기관에 출두하거나 연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의 출두가 늦어질수록 청와대가 받는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출두를 늦추는 것은 이 같은 부담을 상쇄할 만한 ‘실익’이나 공개되지 않은 사연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쉽게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임전태세’를 갖추기 위한 시간 벌기. 검찰은 이미 계좌추적 등을 통해 홍걸씨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에게서 20여억원을 받은 사실을 파악해 놓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0억여원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선수재죄의 핵심은 ‘대가성’이다. 검찰은 홍걸씨가 받은 돈이 이권 청탁과 관련된 대가성이 있는 ‘사례비’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공소 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가성’은 당사자의 말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97년 기소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도 알선수재 금액 32억원 가운데 15억원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이 나왔다.

홍걸씨 측도 이 점을 의식, 최씨와의 거래 관계를 ‘개인적 친분에 의한 대가성 없는 돈거래’라고 주장하기 위해 변호사와 치밀한 전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홍걸씨가 14일 귀국할 때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이 연출한 치밀한 ‘솜씨’를 보면 그의 전략 수립에 변호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간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또 홍걸씨와 최규선씨,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대표 송재빈(宋在斌)씨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고 현재 도피 중인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측과도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 모종의 의견 조율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