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 환자인 고모씨(67·여) 등 4명은 15일 "1월초부터 지금까지 병원에서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과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등에 감염돼 의식을 잃는 등 피해를 봤다"면서 국가와 병원은 1명당 1억원씩 배상하라며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소송을 냈다. 같은 이유로 숨진 2명 중 이모씨(47·여)의 유가족들은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병원을 상대로 1억83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환자들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동시에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은 그동안 쉬쉬해 오던 병원 내 감염 문제가 법적 다툼으로 불거져 나온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향후 유사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자들은 소장에서 "병원이 올 1월초부터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강모양(18) 등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MRSA, VRE 등에 감염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겨 집단 감염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병원은 7101호 환자들이 강양의 감염 사실을 알고 입실에 반대하자 이를 숨기고 강양을 7102호에 입원시켰으며 뒤늦게 문제가 커지자 7102호 병실을 폐쇄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이미 이 병실과 주변으로 세균이 번져 2명이 숨지고 최소 9명이 감염됐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국가에 대해서는 병원 감염에 대해서 일체의 대책을 세우지 않고 행정지도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MRSA와 VRE는 보통 사람에게도 있는 것으로 환자들은 단지 면역력이 약화돼 균이 활성화됐을 가능성이 크며 숨진 환자의 사인도 명확치 않다"고 해명했다.
보건복지부는 "병원 감염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지적만 했지 관련 법안을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송대리인인 의료전문 신현호(申鉉昊) 변호사는 "병원 감염은 이 병원 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의 문제인데도 국가에서 방관하고 있다"면서 "이번 소송을 계기로 국가와 의료계가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