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에 이어 5년 만에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검찰에 불려나온 모습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는 이날 오전 10시 출두 직후부터 시작, 자정을 넘겨 17일 새벽까지 15시간 이상 계속됐다. 검찰은 17일 새벽 홍걸씨를 조사실에서 잠을 재우고 이날 오전 조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검찰은 참고인 자격이던 홍걸씨를 ‘진술인’으로 호칭하다 이날 밤 늦게 신분과 호칭을 ‘피의자’로 바꿔 진술조서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현철씨도 조사 초기에 ‘참고인’으로 불리다가 피의자로 변했다.
홍걸씨는 상의 겉옷을 벗고 넥타이도 푼 채 조사를 받았으며 밤 늦게 변호인인 조석현(曺碩鉉) 변호사에게 요청, 우유와 과일을 전달받아 먹었다.
조 변호사는 16일 밤 10시30분경 기자실에 들러 “홍걸씨가 감기 기운이 있어 건강에 굉장히 신경을 썼는데 상태가 많이 좋아져 차분하게 조사를 받고 있다”며 “청와대에도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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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걸씨는 이날 오전 10시 정각 별도의 수행원 없이 조 변호사와 함께 검은색 다이너스티 승용차 편으로 검찰청사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홍걸씨는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200여명의 취재진이 기다리고있는 포토라인 앞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잇따라 터지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최규선(崔圭善)씨를 만나기 위해 검찰청사에 들른 강호성(姜淏盛) 변호사는 “스칼라피노 교수가 최씨가 자신의 제자였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팩스로 보내왔다”고 말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최씨가 한국의 법을 어긴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최씨가 시련을 잘 이겨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강 변호사는 전했다.
○…홍걸씨의 소환에 대해 시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고 청와대와 민주당, 언론사 인터넷 게시판에는 대책을 촉구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한 시민’이라는 네티즌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성원해준 국민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고 용서를 구하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광해대군’이라는 네티즌은 동아닷컴 홈페이지에 “5년 전 김영삼 대통령에게 ‘자식의 허물은 아비의 잘못’이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김 대통령이 아니던가…. 이래서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