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식사 자리에서 나눴던 대화의 한 자락이다. 금강산댐의 붕괴위험은 강원도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생명과 생계에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더욱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무산된 인제 내린천댐에서 영월댐, 최근의 양구 밤성골댐에 이르기까지 ‘댐’은 강원도민에게 있어 중앙에 대한 피해의식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이번 금강산댐 문제와 관련해 이 지역에서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금강산댐의 붕괴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며 또 그 동안 정보를 숨겨온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우리 정부는 황사문제로 중국 일본과 대책회의를 가진 바 있다. 그보다 더 직접적 관계에 있는 북한과의 수자원 협의에 대해서는 왜 소홀한가. 그나마 기대했던 5월 7일의 제2차 남북경협이 무산된 마당에 곧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평화의 댐과 화천댐을 비워놓는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최근 수년간 장마철에 춘천권 댐들의 담수능력이 수도권의 물난리를 지켜냈다. 이들 댐에서 담수를 하지 않으면 서울이 홍수로부터 안전할 수 있겠는가.
주민들의 불안감 중 또 하나는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에서 온다. 지금도 홍수가 나면 가끔 지뢰가 유실되는 사고가 나는데 만약 금강산댐이 무너진다면 어떤 폭탄이 하류를 덮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적 피해다. 용수부족으로 인한 파장과 호수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 온 지역주민의 생계대책 문제다. 용수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솔솔 나온다. 결국 강원도에 또 하나의 댐이 들어서는 것은 아닌가.
수도권과 대도시를 위한 주요 공공자원 공급처의 역할을 하고 있는 강원도는 ‘자원수탈’의 피해의식이 크다. 기여한 것에 비해 반대급부가 미흡하거나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원수(原水)를 공급하고 있음에도 수자원공사에 물값을 내야하는 현실이나 인구유발 시설을 억제하고 한강을 지켜온 강원도에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오히려 한강수계 물 이용 부담금 등의 배분이 적은 것들이 그 예이다. 그래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수리권(水利權)’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금강산댐 문제는 하류 댐을 무작정 비워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 다른 수자원 확보용 댐을 짓는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 이 문제는 동일수계의 자원을 나눠 쓰도록 하고 있는 국제법 관례에 따라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주민에 대한 지역경제대책도 내놔야 한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중앙과 지방간에 정보가 공개되고 공유될 필요가 있다.
지방주민과 밀접한 사안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핑계대지 않더라도 당연한 지방의 권한이다.
염돈민 강원발전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