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홍업씨가 지난 해 1월부터 1년여간 고교동창 김성환(金盛煥)씨에게 건넨 18억원, 대학동기 유진걸(柳進杰)씨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20억여원, 측근 5, 6명의 계좌로 입금된 수억원 등 의심스러운 자금을 추적해왔다.
검찰은 이 자금 중 일부가 건설사 등에서 불법 모금했거나 이권 청탁의 대가로 제공받은 돈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일부 정황 증거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좌추적만으로는 홍업씨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데 한계가 있어 수사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돈세탁이 매우 복잡하고 정교해 자금 추적이 곳곳에서 끊어지고 홍업씨 비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측근들이 한결같이 함구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홍업씨의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가 월드컵 개막 전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도 “수사가 부실하게 마무리돼 또 다시 특별검사가 나선다면 검찰 위상은 끝장”이라고 걱정하면서 “한 두가지 범죄 사실만 밝혀내고 수사를 접을 수는 없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홍업씨에 대한 수사 장기화 조짐은 주요 참고인의 진술 거부 등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김 대통령의 3남인 홍걸(弘傑)씨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형제를 동시에 소환해 조사할 경우 여러 요인들로 인해 수사가 부실해질 수도 있다는 검찰의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업씨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하더라도 월드컵이 시작되는 5월 말 이전에는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검찰 관계자는 “돌발변수가 없는 한 홍걸씨에 대한 형사처벌 이후 홍업씨에 대한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면 월드컵 개막 전에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