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5단독 최광휴(崔光烋) 판사는 지난 달 중순 동부화재가 “주행 중 차량 화재로 손해를 본 운전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일부를 달라”며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270만원의 지급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양측이 2주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이 결정은 최근 판결로 확정됐다.
최 판사는 “7월 예정된 제조물책임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지만 우리 사회가 법의 취지를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 측이 사고와 자동차 결함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배상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문제의 차량이 출고된 직후부터 오일누수로 수차례 애프터서비스를 받았던 점, 현대 측이 언더커버 부분의 하자 때문에 전량 리콜을 실시했던 차량과 같은 종류인 점 등으로 미뤄 차량의 결함이 인정된다”며 “제때 리콜에 응하지 않은 운전자의 잘못도 있으므로 책임은 5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동부화재는 99년형 포터카고 트럭이 지난 해 2월 주행 중 발생한 차량화재로 전소되자 운전자에게 54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트럭 하자로 새어나온 오일이 과열된 엔진에 닿아 불붙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현대 측은 재판 과정에서 “운전자가 엔진오일 교환 등 차량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이라고 맞서왔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