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가 예산 확보나 이벤트 위상제고, 귀빈 초청 등을 위해 위촉했기 때문에 전직 대우를 받으면서 가끔 출근하거나 중요 행사에만 몇 번 얼굴을 내비치는 게 상례다.
이런 점에서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 성공의 주역인 조직위 이보식(李輔植·65·전 산림청장·사진) 사무총장은 특이한 사람이다.
그는 총장을 맡은 지난해 10월 4일부터 19일 폐막 때까지 무려 7개월여 동안 집(서울)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면도를 거의 벗어나지 않고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박람회장을 누볐다. 이번 박람회 기간 중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를 모았던 분재원은 그의 산림 경력 노하우가 만들어 낸 역작이었다.
그는 가끔씩 충남도 파견 공무원은 물론 도청 고위 간부에게도 호통을 쳐 충남도와 한때 관계가 악화되기도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런 닦달이 없었으면 과연 제대로 준비가 가능했겠느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고생한 조직위 근무자들에 대한 포상이 적다는 이유로 박람회 중 3일간 칩거에 들어가는 등 자기 사람 챙기기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대입 준비를 위해 절에 들어갔다가 주변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 임시직으로 산림 공무원에 입문해 청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제주도 산림과장이던 74년 죽은 나무 30그루를 도벌한 도지사 친척을 즉각 구속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는 “퇴직한 청장은 사무관만도 못한데 호통을 참아준 공무원들이 고맙다”며 “여러 군데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있기는 하지만 동북아산림포럼 등 시민운동을 하며 조용한 노년을 보내겠다”며 총총히 박람회장을 떠났다.
안면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