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국립공원 부지내 민주묘역 몰래 추진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15분


《정부가 서울 강북구 수유동 산 17 일대 등 북한산국립공원을 포함한 지역(현 4·19 국립묘지 인근)에 민주화운동 중에 숨진 민주열사를 추모하기 위한 2만7000평 규모의 ‘민주공원’을 설치키로 비밀리에 결정해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20일 민간위원 7명이 참석한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민주공원에 포함되는 북한산국립공원 부지 8300평을 공원지역 지정에서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공원 건립사업은 총리실의 국토건설종합계획심의회를 통과하는 대로 최종 확정된다.

이번 민주공원 조성건은 올 4월25일 청와대 관련 회의에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없이 비밀리에 결정됐으며 이 자리에는 서울 강북구 부구청장, 도시관리국장, 수유6동 동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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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민주묘역’ 안팎

▽민주공원 추진 경위〓민주공원은 1999년 제정된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조성키로 결정하면서 추진됐다.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묘역 후보지 조사 및 선정 작업을 벌였으나 적지를 찾지 못해 부심하다가 최근 청와대 주도로 4·19 국립묘지와인접한 북한산국립공원에 공원을 조성키로 결정했다. 이곳은 총 2만7000평으로 이 중 7000평에는 민주열사를 위한 묘역이 조성되고 나머지 2만평에는 추모공원이 들어선다.

정부는 당초 민주공원의 부지로 용산가족공원, 남산의 옛 안기부터, 강남구 내곡동 대모산 등을 검토했었다.

국립공원 해제 결정과 관련해 환경부는 “해제된 지역은 취락지구와 밭으로 생태계 훼손과는 관련 없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문제점〓이 지역 주민들과 환경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추모공원의 부지가 왜 하필이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시민들이 찾는 북한산국립공원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들은 4·19 국립묘지 인근이라는 이유로 민주공원 부지가 결정됐지만 이는 당초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가 요구한 상징성과 역사성을 갖춘 부지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른 하나의 문제점은 민주공원 조성 사업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구시대적 행태. 실제로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최근까지도 이곳이 민주공원 부지로 결정된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으며 서울시 직원들은 “청와대의 지시라서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환경단체 반발〓북한산국립공원 묘지조성반대연합(가칭)은 “우리는 묘역 조성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국민의 휴식공간인 국립공원을 해제하면서 흔한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밀어붙이는 것은 ‘밀실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반대연합은 또 “휴일이면 수많은 인파가 북적대고 청소년수련원, 버스 종점 등과 인접해 있어 이미 유원지화돼 있는 이 지역은 민주열사의 안식처로 타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대연합은 △북한산국립공원 민주공원 묘역사업을 즉각 백지화하고 △북한산국립공원 묘지조성안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며 △민주묘역은 민주적으로 전 국민의 합의 하에 조성할 것 등을 촉구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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