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저마다 체육복표 사업 문제에 대한 정치권 개입 의혹을 추궁하겠다고 별렀으나 국감에서 관련 문제를 거론한 사람은 한나라당 김일윤(金一潤) 의원뿐이었다.
이처럼 그동안 정치권에서 이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던 3차례의 고비마다 관련의원들의 행적은 석연치 않아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측의 집중로비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통과〓체육복표 사업의 근거가 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98년 11월 당시 월드컵 조직위원장이었던 자민련 박세직(朴世直) 의원 등 55명의 발의로 같은 해 12월 국회 문화관광위에 상정됐다. 당초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사행성 조장 등을 이유로 들어 부정적 태도를 보였으나 “월드컵 경기장 건설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박 의원 측의 설득으로 이 법안은 99년 8월 문광위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광위 소속의원 보좌관들에 따르면 당시 TPI 측에 임원으로 영입됐던 의원 보좌관 출신들이 법안 설명을 이유로 국회 의원회관을 드나드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사업자 선정 과정〓법안 통과 후 당초 2000년 8월경으로 예정됐던 사업자 선정이 지연되면서 TPI 측의 로비는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TPI 측에 맞서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이 구성되는 바람에 비상이 걸린 것.
15, 16대에 잇따라 문광위원을 지낸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TPI가 김홍걸(金弘傑)씨 라인을 배경으로 했고, 한국전자복권은 김홍업(金弘業)씨와 이수동(李守東) 아태재단 이사가 뒤를 봐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사업자 선정 과정은 대통령 아들들을 등에 업고 벌어진 ‘왕자의 난’이며 수사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또 “이희호(李姬鎬) 여사는 부인하지만 이 여사의 중재로 포스코가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에서 빠지게 됐고, 이에 따라 사업권 경쟁이 TPI쪽으로 끝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사업자 선정 이후〓사업자 선정 이후 TPI의 로비의혹이 조금씩 불거져 나오면서 다시 정치권을 겨냥한 로비의 흔적이 나타났다.
지난해 초부터 TPI 측의 ‘여권 실세 로비설’이 퍼지자 한나라당은 같은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체육복표 사업에 관련된 의혹을 이슈화하기 위해 문광위 소속 의원 보좌관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조사팀을 구성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조사활동이 중단됐다. 한나라당 모 의원 보좌관은 “당시 실무팀이 만들어져 자료 요청까지 다 해놨는데 갑자기 이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또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민주당의 일부 의원은 서면질의자료를 통해 “체육복표 사업의 매출 부진에 따른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는 등 우회적으로 TPI 측을 거들기도 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