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뷰관련 홍회장 육성녹음 공개

  • 입력 2002년 5월 23일 14시 27분


경기 성남시 분당 파크뷰아파트 특혜분양 의혹과 관련, 사전분양 혐의로 구속된 에이치원개발 홍모 회장이 1998년 김병량(金炳亮) 성남시장에게 선거운동지원 의사를 전달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백궁용도변경저지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이재명(李在明) 변호사는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 시장이 모 인사와 대화를 나누는 약 5분 분량의 녹음테이프 2개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녹음테이프의 입수 경위와 녹취 일자, 장소, 대화상대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데다 녹음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중간중간 끊겨 논란이 예상된다.

이 테이프에는 "선거 때 사실은 홍 사장(회장)이 직원들한테 휴가를 보내서라도 지원을 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입니다"는 김 시장의 말이 녹취돼 있다.

김 시장은 지난해 10월 24일 기자들과 만나 "홍 회장을 처음 만난 것은 98년 6월 시장 선거가 끝난 뒤 한 커피숍이었고, 그 때 홍 회장은 선거를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고 해명한 적이 있다.

테이프에는 또 "L골프장에 홍 회장과 같이 간 게 아니고 그날 가서 만났다. 그때 수원, 여기 성남지청 검사님들하고 같이 간 것 같은데 다 젊은 검사님들이었어요"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와 관련, 김 시장은 지난해 10월 홍 회장과의 골프회동설이 제기됐을 때 "98년 7월 취임 뒤 2년간 골프장에 나간 사실이 없으며, 홍 회장과 골프약속도 한 일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테이프에는 이와 함께 "주말이면 P비서관이 자기(홍회장) 집에 들리기로 했으니까 와서 인사 좀 해라했는데 한번도 인사조차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나중에 거기 있었던 사람 통해서 다녀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혼자 오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동료들하고…"라며 청와대비서관을 지낸 P의원과 홍 회장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홍 회장측은 "P의원이 직원체육대회 때 홍 회장과 아는 청와대 직원의 소개로 홍 회장이 운영하는 골프연습장 사우나를 한 번 이용한 적이 있을 뿐 특별한 친분이 없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또 "당시 지청장께서 저한테 연락이 오기를 시에서 한 것은 이건 옳다고 인정을 한다. 우리도 내사한 결과를 보면 뭐 없다. J검사장님께서도…결국 시민들을 고발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데 조금 기다렸다 저쪽(시민단체)에서 한 다음에 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다"고 얘기한 것으로 테이프에 녹음돼 있다. 공대위측은 이를 검찰 간부가 내사 결과를 알려주고 고소사건 대응방법을 조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음테이프에는 또 L모부장검사와 동문인 당시 C부시장과의 평소 친분관계, C부시장의 홍 회장 운영 골프연습장 사무실 출입사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김 시장은 이와 관련, "최근에 누군가와 한 얘기를 교묘히 편집한 것"이라며 "24일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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