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은 문제 덩어리다. 전문가들은 도심 부적격시설 산재, 도심 환경의 열악, 대중교통편 전환의 어려움, 국제업무기능 미비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의 해결을 강조한다.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서울이 상하이나 베이징, 도쿄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심 경쟁력 측면에서 본다면 민간 차원의 다원적 도심 재개발과 공공 차원의 통합적 도심 조성이 요구된다. 서울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동북아 거점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정보·국제금융·문화콘텐츠 기능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상상력과 유연한 사고방식 및 이에 입각한 대처가 필요하다.
20세기 도시의 경쟁력이 용적률 증대에 의한 잉여가치 창출이었다면, 최근의 추세는 도시의 상징성과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다. 즉, 도시의 역사 문화성의 복원과 회복, 쾌적한 자연환경의 유지와 발전, 지역 특성이 반영된 관리와 경영이 핵심이다. 이는 향후 도시가 지식정보를 기반으로 한 가치창조형 산업 공간으로 변화할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면 동대문운동장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서울에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데다 역사축, 문화축, 녹지축, 수변축이 교차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 공원 조성을 위해 필요한 몇 만평의 토지가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하고 지하에는 사회체육시설, 공적 패션산업 지원시설, 한류(韓流) 메카 지원기능, 문화콘텐츠 기능 등을 도입한다면 서울 도심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운동장이 공원으로 조성된다면 청계천 복원 후 선형(線形)의 사람 흐름을 이곳에 담아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으며 동대문 패션시장의 재도약을 지원할 수도 있다. 또 한류산업을 우리 문화에 접목시켜 매력적인 문화 전파와 동대문의 패션브랜드 구축에도 큰 구실을 할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의 다양한 사회 참여와 함께 새로운 문화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다. 지하공간을 활용해 다원적인 사회체육과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동체가 소멸되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대안문화가 형성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민이 바라는 것은 반드시 거창한 경제도약이 아니라고 본다.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고 주변 환경을 사랑하며 정답게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개발과 파괴가 아니라 자연보전과 문화창조의 서울을 시민과 함께 가꾸어 가야 한다.
동대문운동장을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공원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문화와 자연을 되살리면서 숨막히고 짜증나는 도시를 살맛 나는 곳으로 바꾸는 일이다.
유상오 동대문포럼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