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반발로 수사 성과 미진〓검찰은 수사 성과가 미흡하다는 점을 형사 처벌 연기의 첫 번째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3월25일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의 수사 자료를 넘겨받은 대검 중수부가 무엇 때문에 두 달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검찰이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 새로 밝혀낸 것은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과 김홍업씨간의 자금거래 33억원, 김홍업씨의 세탁자금 28억원, 김홍업씨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유진걸(柳進杰)씨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 32억원 등이다.
비자금 출처 수사는 특검팀 수사 결과와 비교할 때 거의 제자리 수준이다.
검찰 관계자는 24일 “주요 참고인들의 진술 거부와 복잡한 자금 세탁으로 자금 출처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4일 김성환씨를 구속할 당시 이 같은 조짐이 있었지만 수사 관계자들은 월드컵 개막 전에 김홍업씨의 소환이 가능하다고 언급했었다. 수사팀은 이후 청와대 등 권력 핵심의 반발로 고전을 치른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소환 조사를 받던 유진걸씨의 입원을 계기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의 거짓 증언 종용 의혹, 청와대의 수사 개입 의혹 등이 증폭돼 왔다.
이런 가운데 김홍업씨의 소환 조사를 연기한다는 발표가 나와 결과적으로 검찰이 여권의 ‘시간 끌기’ 의도에 말려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수사 외인(外因)〓검찰은 여야의 정쟁 중단 선언과 월드컵을 형사처벌 연기의 두 번째 이유로 내세워 논란을 자초했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정쟁 중단과 검찰 수사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수사 외적인 문제를 내세워 안팎에서 오해받을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대검의 김홍업씨 형사처벌 연기는 분당 파크뷰 아파트 특혜분양 의혹 사건 등 다른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주요 사건 수사가 대부분 월드컵 이후로 연기될 것인지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