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추적중인 미국인 스미스 마이클 폴(33)은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경기장에 인터넷 네트워크를 설치하는 미국 슬럼버제사의 직원으로 16일 한국에 입국했다.
경찰 조사 결과 폴씨는 경기장에 들어가는 출입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월드컵 국제미디어센터에 찾아가자 카드를 발급하는 자원봉사자가 영국의 스미스 폴 마이클 기자와 혼동해 폴씨에게 취재용 출입카드를 발급해 줬다는 것.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입국한 폴씨는 이날 슬럼버제 한국지사장 조모씨(47)와의 통화에서 “슬럼버제 회사 명의로 출입카드 발급신청을 했는데 등록센터에서 영국기자 명의의 출입카드를 내줘 별다른 불편이 없을 것 같아서 받았다”며 “한국측이 원한다면 출입카드를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폴씨가 국내 체류 중 서울 강남에 있는 사무실에 전화한 사실을 찾아내고 이를 추적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한편 국가정보원 직원이 팀장으로 있는 월드컵 국제미디어센터 안전통제본부가 출입카드 부정발급 사실을 경찰에 4일이나 늦게 통보해줘 경찰의 사실 확인이 늦어지게 됐다.
영국 선데이미러지 스미스 폴 마이클 기자가 국제미디어센터 내 메인등록센터에 출입카드 발급을 요청해 잘못 발급된 사실이 처음 알려진 20일 오전까지 폴씨가 국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폴씨는 20일 오후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러나 안전통제본부는 출입카드 부정발급 사실을 폴씨가 일본에서 다시 미국으로 출국한 뒤인 24일 오후 경찰에 통보해 일본에서 폴씨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기회도 놓치게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안전통제본부측이 국익 등을 이유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가 경찰에 통보가 늦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