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업않고 점거농성하다니

  •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11분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가 노동조합으로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자신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것을 놓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전교조가 그동안 보여온 지나친 ‘투쟁성’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전교조 교사들이 툭하면 교단을 뛰쳐나와 대외 투쟁에 나서는 ‘교단 이탈’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전교조 서울시지부 교사 20여명이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교조 서울시지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얼마 전 체결한 단체협약의 이행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4월 초 전교조가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한다며 조퇴투쟁을 시도한 데 이어 불과 2개월 만의 일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활동이 합법적인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전교조는 노동 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을 갖고 있지 않다. 후속 세대를 가르치는 교직의 공공성과 특수성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전교조의 활동은 학생들의 공부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당성을 지니는 것이다.

교사들이 농성을 벌이는 사이 소속 학교에서는 수업 공백이 빚어졌다. 교사들은 학교 측에 연가를 내고 나왔다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은 철저히 무시되고 말았다. 당국은 ‘조퇴’나 ‘연가’를 내세운 이 같은 투쟁방식이 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확실히 가려야 하며 불법이라면 상응하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

법률적 문제를 떠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전교조가 줄곧 내세워 온 목표가 학생들을 위한 ‘참교육’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교단을 떠나고 학생들을 외면하는 것이 ‘참교육’에 어떻게 부합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교사들이 대화와 협상 대신 공공기관을 힘으로 점거해 농성을 벌인 사실도 실망스럽다. 결과보다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는 것은 교육의 기본 중 기본이다. 앞으로 농성 교사들은 이에 대해 과연 뭐라고 가르칠 것이며 또 학생들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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