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25만명시대]노동력-인권 확보할 법-제도 필요

  •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43분


불법 체류자 문제는 크게 ‘인권’과 ‘현실’이라는 두 측면에 따라 입장과 대안이 달라진다.

노동부와 인권단체들은 인권 침해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현행 ‘외국인 산업연수제’ 대신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청, 법무부, 산업자원부 등은 현재의 산업연수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산업연수제의 문제점〓국내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친 외국인에게 2년간의 취업을 보장하는 이 제도는 현재로서는 단순 기능 인력이 일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다. 그러나 짧은 취업 기간과 업체간의 임금 차이로 연수생들의 이탈이 잦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글 싣는 순서▼

- <上>“비인간적 대우 이젠 못참아요”
- <中>3D업계 "외국근로자가 숨통"

전체 체류 허용 인원이 8만여명으로 적은 것도 문제. 또 연수생 수가 국가별로 정해져 있어 대기자들은 우선 입국을 위해 브로커에게 700만∼1000만원의 웃돈을 주는 등 송출비리까지 낳고 있다.

제도적 모순은 불법 체류자 단속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동부 고용정책과 이재갑 과장은 “일을 배운 사람이 취업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현재의 연수제는 일을 가르쳐 놓고 일정 기간 후의 취업은 막는 모순점을 갖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가 대안인가〓노동부와 인권단체 등이 주장하는 제도 개선은 결국 외국인을 합법적인 근로자로 고용하자는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의미한다.

이 제도가 마련되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든 노동관계법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또 허가받은 기업이 필요 인력을 외국에서 직접 선발할 수 있어 양질의 인력을 고용할 수 있고 송출 비리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피고용인의 신분상 약점이 없어지는 만큼 인권 침해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측은 “이 제도를 시행하면 기업별로 수당, 상여금 등 1인당 월 37만여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긴다”며 “외국인 고용 회사가 대부분 10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인 것을 감안할 때 현실을 도외시한 제도”라고 말했다.

또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일부 업종과 회사로 고용을 제한하더라도 결국 국내 업종간 및 회사간 임금 격차로 인해 이동이 계속돼 불법 체류자는 계속 양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법무부 체류심사과 한영석(韓永錫) 서기관은 “합법적으로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가 가족 등을 초청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일단 입국한 가족 등이 계속 눌러 앉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해법은 없나〓고용허가제의 경우 이를 시행한 나라간에 성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는 1990년 고용허가제 실시로 불법 체류자 비율을 20∼30%에서 3.2%(2000년 기준)대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는 불법 체류자 대부분이 인근 국가에서 오기 때문에 입국에 드는 비용이 적은 데다 적은 인구와 좁은 국토로 인해 관리와 단속이 용이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

독일의 경우는 장기 체류자에 대한 대책 미비로 이 제도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불법 체류자 문제는 단순 기능직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노동시스템이 없는 데 기인하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성대 경제학과 박영범(朴英凡)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업체와 돈을 벌려는 외국인이 있는 한 불법 체류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합법적인 노동시스템 마련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끝-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산업연수제와 고용허가제 비교
항목산업연수제고용허가제
처우국내 근로자에 준함국내 근로자와 동등함
법 적용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의료보험법 등에 따른 제한적 보호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의료보험법 등에 따른 보호. 노동3권 보장
임금 및 수당최저임금, 산재 및 의료보험, 시간외수당 혜택(숙식, 체불방지 및 상해보험은 회사가 별도 제공)산업연수제와 같은 혜택(상여금, 퇴직금, 연차수당 및 고용분담금 회사 추가 부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