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 비리수사 급물살…월드컵기간 소환 가능성

  • 입력 2002년 6월 1일 22시 40분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의 대학 후배인 이거성(李巨聖)씨가 검찰 수사 및 금융감독원 조사와 관련해 새한그룹에서 17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홍업씨의 비리 개입 여부가 주목된다.

이씨가 받은 돈의 사용처 조사가 급진전되면 홍업씨가 월드컵 기간에 소환될 수도 있다.

검찰은 우선 복싱체육관을 운영하는 이씨가 검찰이나 금감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재관(李在寬) 전 새한그룹 부회장이 홍업씨에게 전달해 달라는 취지로 돈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돈이 전달된 정황도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이 서울지검 외사부의 수사를 무마시켜 달라는 명목으로 전달한 12억5000만원 중 5억원은 이 전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가 결정된 직후인 지난해 5월 전달돼 ‘성공 사례비’의 성격이 짙다.

검찰은 이씨가 받은 돈의 일부를 홍업씨에게 전달했는지, 홍업씨가 이씨의 청탁을 받아들였는지, 홍업씨 측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중점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검 외사부 관계자는 “이 전 부회장을 처음 수사할 때만 해도 새한그룹의 무역금융 사기 혐의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외압’에 의해 불구속 결정을 내렸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씨가 거액을 받은 이후 홍업씨와 이 전 부회장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의혹도 홍업씨의 비리 개입 여부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씨의 돈이 유입된 김성환(金盛煥) 전 서울음악방송 회장의 차명계좌를 홍업씨가 관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이씨가 받은 돈의 전달 경로와 사용처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씨가 받은 돈이 대부분 현금이고 이씨가 김성환씨처럼 홍업씨와 무관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홍업씨의 비리 개입 여부가 확인될지는 불확실하다.

이거성씨는 홍업씨의 대학 1년 후배로 P프로모션을 운영하며 국내 프로복싱 선수들을 육성해왔다. 대학 때부터 평창종합건설 유준걸(柳俊杰) 회장의 동생 진걸(進杰)씨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취임한 뒤 김성환씨 등과 자주 어울려 홍업씨의 측근으로 통했다.

이씨는 검찰이 3월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재수사에 착수한 뒤 김성환씨와의 자금 거래가 드러나자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잠적했다가 지난달 30일 자진 출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거성씨 금품 수수 내용
시기금액장소전달자명목
2000년 12월2억5000만원서울 R호텔 지하주차장이재관씨 친척 조모씨서울지검의 새한그룹 무역금융 사기 사건 수사 선처
2001년 2월5억원서울 R호텔 커피숍이재관씨검찰 수사 선처
〃 5월5억원새한그룹 최모 전무
〃 9월3억원서울 R호텔 지하주차장이재관씨금융감독원의 조사 선처
〃 11월1억원서울 R호텔 커피숍 새한그룹 최모 전무대검의 새한그룹 대출사기 사건 수사 선처
〃 12월5000만원이재관씨
합계 17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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