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환경정의시민연대에 따르면 철원군은 2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송읍 하갈리 133 속칭 아이스크림 고지(해발 219m)를 탐조관광지로 개발키로 하고 연말까지 조망대와 주차장(1000평), 휴게소(200평), 진입로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시민연대는 철원평야는 세계적인 희귀조류이자 천연기념물인 두루미류와 기러기류, 독수리 등이 대규모로 월동하는 지역으로 이 같은 무분별한 철새탐조 관광사업이 오히려 철새의 생태환경을 파괴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원평야 한복판인 아이스크림 고지에 조망대가 설치될 경우 대규모 주차장 진입로 휴게소의 건설과 차량 행락객의 발길이 철새의 서식지를 파괴해 결국 철새의 멸종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민연대는 “이 관광지 개발을 위해 천연기념물 지정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생태관광이란 명목으로 예산의 절반(12억5000만원)이나 부담했고 멸종위기종 보호 책임이 있는 환경부도 팔짱만 끼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이우신 교수(산림자원학)도 “두루미는 사람의 접근에 민감해 행락객의 발길과 차량 소음에 노출될 경우 날아오지 않는다”며 “이 같은 사실을 수 차례 철원군청에 알렸으나 철원군이 생태관광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무리하게 철새탐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2000마리도 안 돼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두루미는 매년 400여마리가 철원에서 월동하며 철원지역은 두루미류의 이동경로 상에서 번식지와 월동지를 이어주는 중간기착지 역할을 한다.
‘학’으로도 불리는 두루미는 예부터 길조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으나 최근 중국 측 서식지가 급격히 파괴돼 비무장지대를 끼고 있는 철원 지방이 두루미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