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개방과 관련해 국내 관련 단체들의 의견수렴기관으로 지정된 보건산업진흥원이 작성해 최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제3차 WTO DDA 보건복지분야대책위원회 결과보고서’에는 5월 23일 의협과 병협 등이 소위원회 회의를 갖고 시장 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특정 회원국에 제출하는 ‘양허요구안’을 합의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의협과 병협은 △원격의료 진료 △환자의 해외진료 △외국인에 의한 의료서비스 및 투자 분야 등은 개방할 필요가 없고 ‘의료인의 해외진출’만 허용해야 된다고 합의했다는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복지부로부터 14개 보건의료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달 26일 최종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의협 관계자는 “환자의 해외진료와 의료인의 해외진출을 촉구하는 안을 지난달 23일 대책위에 제출했다”며 “하지도 않은 회의를 했다고 하는 것과 하지도 않은 합의를 했다고 보고서를 쓴 것은 문서를 위조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병협도 “의사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원격의료진료와 외국인에 의한 의료서비스 및 투자, 의료인의 해외진출 등을 찬성하는 안을 대책위에 제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 협회 측은 “조만간 이와 관련해 반박성명서 발표나 항의 공문서 발송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산업진흥원은 “관련 단체들 중 가장 큰 의협과 병협간의 의견이 달라 회의 시간이 자꾸 지연돼 빨리 합의를 보기 위해 소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처음엔 소위원회 구성에 논란이 있었지만 이 위원회에서 양 협회에 이해와 설득을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협과 병협 측은 “잠깐 만나 차를 마시며 인사를 한 적은 있었지만 소위원회를 구성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진흥원 측이 시간에 쫓겨 보고내용을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진흥원 측이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의협과 병협이 이견을 제기해 양 협회 측의 요구안을 이미 상당히 수용했다”고 말했다. 각 협회의 양허요구안은 복지부에서 외교통상부로 넘어가 이달 30일까지 WTO 사무국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